• <미디어펜 칼럼> 김규태의 후안무치 깨기

    ISS·엘리엇 '악마의 입맞춤'…삼성 협공하는 투기세력
    벌처펀드 놀이터로 전락한 한국…국내 기업 보호 장치 시급

    김규태  |  suslater53@mediapen.com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엘리엇과 ISS…삼성 바라보는 외눈박이들

    삼성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간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도 1%씩 매입했다. 엘리엇에게 큰 도움이 된 사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부정적으로 바라 본 ISS 보고서다. ISS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기관투자가 서비스 업체다. 삼성은 ISS 보고서가 엘리엇의 부정확한 정보를 인용했다며 반격에 나섰다.

    국내 법원이 정당하고 적법하다며 손을 들어준 삼성과 해외의 유력 의결권 자문사가 편든 엘리엇 간의 분쟁은 오는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착이 날 전망이다. 삼성과 엘리엇 간의 세대결에 있어서 11.6%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3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박영선 새정치 의원은 “삼성 편이 아니라 국민 편을 들라”며 국민연금을 거칠게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삼성물산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주장인데, 이는 삼성 측에서 어떤 힘을 발휘해서 삼성물산 주가를 그렇게 오래도록 낮은 수준에 머무르도록 조작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 ▲ 엘리엇의 삼성물산 합병반대는 악명 높은 국제 '알박기펀드'라는 이름을 재확인 시켜주는 사례다. 페루, 아프리카, 아르헨티나, 미국 등 엘리엇의 알박기 행태는 전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엘리엇의 삼성물산 합병반대는 악명 높은 국제 '알박기펀드'라는 이름을 재확인 시켜주는 사례다. 페루, 아프리카, 아르헨티나, 미국 등 엘리엇의 알박기 행태는 전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엘리엇의 주장은 자신들만 삼성물산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혜안을 갖고 있었으며, 지금까지 삼성물산을 지켜보았던 투자자들은 삼성물산의 실제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단언이다. 엘리엇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 소액투자자들이 모두 바보”라는 말을 하는 셈이다.
    기업 주식가치에 대한 가장 정확한 판단은 엘리엇이 아니라 시장이 내린다. 엘리엇은 아무런 근거 없이 시장의 수많은 이해관계자 중에서 자신만이 전지전능한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는 ‘외눈박이’ 모순에 빠져 있다.
    엘리엇뿐만 아니다. 엘리엇에게 명분을 실어주고 있는 ISS의 보고서는 모순투성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발표한 당일 삼성물산 제일모직의 주가는 15% 가까이 올랐다.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지 못하고 오히려 양 기업의 잠재성장률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면 시장의 반응은 이처럼 호의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ISS 보고서는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 합병 소식에 대한 시장 반응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ISS는 절름발이 보고서를 낸 격이다.
    ISS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이상적인 목표치’를 보고서에 기재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목표주가 11만 원 말이다. 지금까지 삼성물산의 주가는 한 번도 10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 그런데 ISS는 삼성물산이 한번도 도달한 적이 없는 가격을 책정해서 시장보고서를 내놓았다.
  •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그룹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삼성그룹의 합법적인 승계과정을 악용하여 막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새로운 행동주의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그룹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삼성그룹의 합법적인 승계과정을 악용하여 막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새로운 행동주의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엘리엇과 같은 일명 행동주의 ‘벌처’ 펀드의 경영 개입은 전 세계 23개국에서 지난 15년간 1740건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지속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지 못했다. 주주에게 가장 중요한 요지는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장기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다. 엘리엇은 지금까지 이와는 다른 행태를 보였다.

    주가 단기 조작 후 차익을 먹고 떠나는 벌처 펀드 엘리엇의 전횡은 국제 ‘알박기펀드’라는 말을 붙여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엘리엇은 지금까지 페루 및 아르헨티나의 채권, 아프리카 원조자금, 미국 GM의 회생작업 등에서 악명을 떨쳤다.

    엘리엇은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주주명부에 등재되지 않았던 투자자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던 시기는 지난 3월이다. 불과 100일 전이다. 합병 발표 전까지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공시의무 지분율 미만인 4.95%만 지니고 있었다. 이랬던 엘리엇은 합병 발표 직후 지분율을 7.12%로 끌어올리며, 국민연금에 이어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전형적인 알박기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는 엘리엇은 자신들의 행위가 전반적인 ‘주주 이익’에 부합한다고 언론 플레이를 일삼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뒷받침하고 있는 ISS 보고서까지 나오자,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1%씩 매입하며 삼성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기세등등하지만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엘리엇이다. 입으로는 ‘주주의 장기적인 가치’ 운운하지만 행동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엘리엇이 지난 수십 년 간 삼성이 이룩해 온 성과와 삼성을 정점으로 하는 한국경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문이다. 엘리엇은 속된 말로 ‘충분히 먹을 만큼 먹고 떠나면 그만인 자들’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은 경우가 다르다. 삼성물산이라는 기업은 삼성물산 하나만의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제일모직도 마찬가지다. 삼성계열사 포트폴리오는 물론이오, 오너경영․세계 초일류 품질경영으로 일관해 온 삼성그룹의 가치 전체를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 국제 금융계에서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헤지펀드의 수장으로 악명이 높은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사진=YTN 캡처
    ▲ 국제 금융계에서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헤지펀드의 수장으로 악명이 높은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사진=YTN 캡처
    근거 없이 편향된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는 ISS, 법정에서 이미 패배했지만 ISS 보고서를 내밀며 국내 투자자들과 삼성을 압박하고 있는 엘리엇은 삼성이라는 기업집단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포장하는 외눈박이들이다.
    호메로스의 작품 ‘오디세이아’에는 폴리페모스라는 키클롭스(외눈박이 거인)가 등장한다. 폴리페모스라는 외눈박이 거인은 양을 기르면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영웅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시칠리아 해변에서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에게 붙잡히게 된다.
    외눈박이 거인은 오디세우스와 12명의 부하들을 동굴에 가두어 놓고 하루 끼니로 두 명의 오디세우스 부하들을 잡아먹었다. 잡아먹던 중 거인은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물어보았고 오디세우스는 꾀를 내어 자신의 이름이 “아무도 아니”라고 일러준다. 외눈박이 거인에 의해 동굴에 잡힌 지 3일 후 오디세우스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를 포도주에 취하게 하고, 그가 잠든 사이 불타는 장작개비로 외눈을 찔러 폴리페모스를 아예 맹인으로 만들었다.
    장님이 된 폴리페모스는 즉각 소리를 질렀고 이를 들은 동료 외눈박이 거인들이 도와주러 달려왔다. 동료 거인들은 폴리페모스에게 누가 너를 괴롭히느냐고 물었다. 폴리페모스는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무도 아니’다”라고 대답했고, 이를 들은 다른 거인들은 그냥 돌아가 버렸다.
    장님이 된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는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결국 오디세우스는 잡아먹히지 않은 부하 6명과 함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 매입 매각 시의 차익을 통해 단기 이윤을 이루려는 벌처 펀드는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할 겨를이 없는 '외눈박이 거인'들이다. 주주 이익을 위한다고 외치지만 그 속내는 기업을 잡아먹고서 떠날 타이밍을 잴 뿐이다.
    국제적인 매입 차익을 통해 이윤을 실현하는 벌처 펀드에 한국이 배출한 초일류 대기업이 휘청대고 있다. 한국기업에 미래가 없으면 한국 주식투자자와 펀드투자자의 미래도 없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들, 소액투자자 모두의 선견지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뉴데일리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