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구심점 간절한 친박 "이정현을 주목하라"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이번 갈등 속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이번 갈등 속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6일 투표불성립으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여권은 계파별 득실을 분석하기 위해 계산기를 분주히 두들기는 모양새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대통령과 친박계가 합작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 투표불성립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투표불성립으로 사실상 폐기된 것에 대해 과정이야 어쨌든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무성 대표는 "우리 당은 강제성이 없다고 봤지만, 야당이 강제성이 있다고 계속 주장해 갈등과 혼란을 빚어왔다"며 "정부 내 법령유권해석기관인 법제처에서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고 대통령께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신만큼 집권 여당으로서 그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대국민 사과의 형식을 취했지만, 국민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고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 싸움에서 친박이 승리했다고 해도 결국 상처뿐인 승리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뼈아픈 점은 당내에서 비박계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음이 다시금 확인됐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리면서 체급을 키웠다. 그는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여당 내 4위에 올랐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사퇴 반대가 더 우세하게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무게감을 다시 한 번 정치권에 각인시켰다. 그는 초반에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켰다. 김무성 대표가 나서지 않으면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 둘은 특히 청와대와 마찰을 '적절히' 가져가는 영리함을 보여 친박계를 당혹스럽게 했다. 청와대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채 몸을 낮추는 정치적 제스처는 친박계보다 '한 수 위'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에 대한 반대측 토론자로 나서 발언을 하던 도중 목이 타는지 물을 들이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에 대한 반대측 토론자로 나서 발언을 하던 도중 목이 타는지 물을 들이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인 지난달 23일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이 국회로 돌아오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 입장을 바꿨다.
    평소 '소신 발언의 아이콘'으로 이미지를 쌓았던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례적으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평소 성격으로 미루어 봤을 때 '나는 잘못이 없다'며 계속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던 친박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결론내면서 친박계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사라졌다.
    먼저 김태호 최고위원이 나선데 이어 이후에는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직접 사퇴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지만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을 물을 만큼의 당내 세 규합을 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이런 상처뿐인 승리 와중에 친박계가 얻은 것도 없지는 않다. 향후 본격적인 당내 입지강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가 분명해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숙제는 친박계를 이끌 '스타플레이어'를 찾는 일이다. 서청원 최고위원보다 더 스타성 있고 계파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한 구심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파문을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던져진 임기 하반기 숙제인 셈이다.
    7선의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만월(滿月)'일 수밖에 없다.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까지 어필할 수 있는 스타성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찾지 못한다면 친박계의 미래는 '와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놓고 새누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반 토론에 나선 이정현 최고위원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당청 갈등 속에 친박과 비박이 큰 전투를 치렀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서는 더 큰 전투가 남아있다. 새누리당내 각 계파가 어떻게 난국을 풀어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