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아닌 단독 조작, 기자 해야 할 '확인' 없이 카더라 전문 증거 믿을 수 없어

  • 한국 언론사상 最惡의 날조, 'KBS 날짜 조작 사건' 연구(1)
    기자들을 위하여 쓴다

    실수로 誤報를 하는 것과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자료를 조작하는 것은
    天地차이이다.
    後者는 범죄이다. KBS의 이승만 일본 망명 요청 단정은 언론범죄이다.

    趙甲濟  


  •  
    KBS가 단독 보도의 핵심적 사실인 6월27일은 조작이라고 밝혔으므로
    이 기사 전체가 자동 무효가 되었다.
    특종이 아니라 단독 조작이 되어버렸다. 

    KBS의 '날짜 조작 보도'로 확인된 지난 6월24일자 뉴스는
    특종임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前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역사적 논란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본 망명 요청설'인데요,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는 실제로 일본에 망명 요청을 했을까?>

    이 문장부터 틀렸다.

    '일본 망명 요청설'이 논란거리였다는 前提(전제)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韓國戰 전문가들이 수천 명이지만 그것을 논란거리로 삼은 이는 없다. 역사 수정론에 빠진 좌익 학자들 중에서도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을 알지 못한다.  일부 수준 낮은 음모론자가 아니라면 자존심의 化身인 抗日(항일)투사 李承晩이 일본에 망명 요청을 했을 것이라고 믿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일본 망명 요청설'이란 말 자체가 KBS의 창작이다.  '태양 서쪽 浮上說(부상설)'처럼.  태양이 서쪽에서 뜬다는 주장을 추적하기로 한 것처럼 KBS의 보도는 시작부터가 허망하다.

     

    다음 문장도 문제적이다.

    <한국전쟁 발생 직후 불과 사흘 만에 서울이 점령당하는 등 다급한 상황이라, 당시 한국 정부의 공식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망명 지역'으로 거론됐던 일본 야마구치 현청의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의 공식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무엇을 적은 '공식 기록'을 말하는가? 한국전 당시의 정부 공식 기록은 많다. 없다는 것은 일본 망명을 뒷받침하는 공식 문서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 정부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려 하니 쓸 데 없이 일본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것이다. 

  • ▲ 6.25 1주년을 맞아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이승만대통령이 손원일 해군참모총과 함께 생도들로부터 사열을 받고 있다. ⓒ 국가기록원DB
    ▲ 6.25 1주년을 맞아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이승만대통령이 손원일 해군참모총과 함께 생도들로부터 사열을 받고 있다. ⓒ 국가기록원DB

    <야마구치현의 역사를 기록한 `야마구치 현사'에서 1950년의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당시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는 한국전쟁 발생 이틀 뒤인 6월 27일,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현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전보를 받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문장은 KBS도 인정한 날조이다.

    縣史(현사)에는 6월27일에 그런 전보를 받았다는 기록 자체가 없다. KBS가 이승만이 敵前(적전)도망을 꾀했다고 조작하기 위하여 만들어넣은 날짜가 6월27일이다. 화면에서 6월27일을 문서 위에 파넣는 식으로 편집, 사실임을 강조하였다. 이 보도가 좌익진영을 넘어 국내외로 급속히 퍼져간 이유는 6월27일이란 정보가 '남침 이틀 뒤에 벌써 일본으로 도망을 치려 했다고?'하는 호기심과 분노를 자극한 때문일 것이다. KBS가 단독 보도의 핵심적 사실인 6월27일은 조작이라고 밝혔으므로  이 기사 전체가 자동 무효가 되었다. 특종이 아니라 단독 조작이 되어버렸다.

     

  • ▲ 24일 KBS 뉴스가 단독이라며 보도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본 망명 타진' 기사. ⓒ 홈페이지 화면 캡처
    ▲ 24일 KBS 뉴스가 단독이라며 보도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본 망명 타진' 기사. ⓒ 홈페이지 화면 캡처

     

    조갑제닷컴 趙成豪 기자가 KBS에 소개된 縣史의 原文을 찾았다. 당시 知事 다나카 다쓰오의 회고담이다.  

    <…釜山の北のね,洛東江の川の所まで北朝鮮軍 ママが来てね。それで,このまま行ったならば,釜山は第二のダンケルクになると。そういった時にどうするかという問題ですが,外務省の方から電報が入ってね,韓国政府は六万人の亡命政権を山口県に作るということを希望しとると.

    …북한군이 부산의 북쪽, 낙동강까지 진격해 들어왔어요. 그래서 이대로 가면 부산은 ‘제2의 덩케르크’(注: 프랑스의 해안 도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르덴 숲 지대를 돌파한 독일군에 포위당한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영국으로 탈출한 곳)가 되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인데, 외무성 사람으로부터 電報(전보)가 와서,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縣에 만들길 희망한다고.>

    북한군이 낙동강 전선까지 몰려온 것은 8월이다. 이 무렵 유엔군은 이승만 정부를 제주도 등지로 옮기는 계획을 세우고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8월14일 李 대통령은 무초 미국 대사 앞에서 권총을 꺼내 휘두르면서 '이 총으로 적과 아내를 쏘고 마지막에 나를 쏘겠다'면서 정부 이전계획을 거부한다. 이 무렵 일본에서도 한국인 난민들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하고 비상계획을 세운 모양이다.

    당시의 다급한 정황을 보여주는 다나카 다쓰오 지사의 회고담 가운데 한 줄, '외무성 사람으로부터 電報(전보)가 와서,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縣에 만들길 희망한다고' 운운하는 대목을, KBS 기자는 '이승만 6월27일 일본 망명 요청'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KBS에 의하여 8월의 외무성 전보는 난데 없이 6월27일자 전보로 조작되고 결사항전을 다짐한 이승만은 '敵前 도망 기도자'로 폄하되는 것이다. 이는 또한 한국 언론사상 最惡(최악)의 날조 사건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KBS는 문제의 일본 외무성 전보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다나카 다쓰오 당시 지사가 기억해두었다가 전한 전보의 내용이니, 즉 '카더라'식의 '傳聞(전문) 증거'이니 믿을 수 없다. 그런데 KBS는 이 믿을 수 없는 傳聞을 직접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왜 일본 외무성을 찾아가지 않나, 왜 한국 외교부에 물어보지 않나, 왜 미국 국무부 문서를 찾지 않나? 기자가 해야 할 노력은 하지 않고 이 모호한 첩보에 조작의 옷을 입힌다. 다나카 知事의 '카더라' 傳聞 내용은 한국과 미국의 최고급 정부 문서 내용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사실일 수가 없다는 말이다. 8월에도 이승만 정부가 일본에 망명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 ▲ 6.25전쟁 중 국군이 평양에 입성한 1950년 10월31일 평양시민환영대회의 이승만 대통령 내외와 국군 장병들의 모습. ⓒ 국가기록원DB
    ▲ 6.25전쟁 중 국군이 평양에 입성한 1950년 10월31일 평양시민환영대회의 이승만 대통령 내외와 국군 장병들의 모습. ⓒ 국가기록원DB

    1950년 여름과 가을, 한국의 운명이 頃刻(경각)에 달렸을 때 李承晩의 적대적인 對日觀을 보여주는 증언이 많은데 '왜관발언'이라고 알려진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朴實 전 의원의 力作인 '벼랑 끝 외교의 승리'(청미디어)에서 요약한다.

    <이승만 박사는 부산 육군병원을 문병갔다가 한국어를 잘 못하는 부상병을 발견한다. '일본에서 온 군인들이라 그렇다'는 설명을 듣고는 미국이 자신도 모르게 일본 군인을 참전시킨 것이라고 오해, 유명한 왜관성명을 발표한다. '미국이 일본인을 미군에 넣어 참전시켰는데, 우리는 공산군과 싸우던 총부리를 일본으로 돌려 싸우겠다'고 한 것이다. 그 부상병은 일본 군인이 아니라 교포 의용병이었다. 駐日 대표부의 金龍周(김용주) 공사는 기자들이 몰려들자 직접 李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 군인이 아니라 교포 지원군이다'고 설명 드린 다음, 기자들에겐 李 대통령의 발언이 訛傳(와전)되었다고 하여 수습하였다.>

    이런 李承晩이 남침 사흘 만에 일본에 망명정부 수립을 요청한다고? 도대체 KBS 보도 부서의 정신연령은 몇 살인가? 혹시 6·25가 北侵(북침)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는 게 아닐까?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