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근본원인 그대로… 후임 당직 인선 과정서 재폭발할 수도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경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화합과 단결을 당부한 전병헌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경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화합과 단결을 당부한 전병헌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심야 마라톤 회동을 통해 서둘러 갈등을 봉합했다. 새누리당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거센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한지 10일 만의 출석이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 30분에 걸쳐 국회에서 마라톤 회동을 했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저녁 10시부터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다시 만나 심야 회동을 이어가는 강행군을 펼쳤다.

    다소 무리한 일정을 통해서라도 양측이 서둘러 갈등을 봉합한 것은, 여당의 내홍 상황에서 야당이 단결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당내의 압박이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막장 드라마를 선보이는 집권 여당이 위기"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제1야당으로서 희망의 대안 세력이 되는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앞에 놓인 최고의 혁신은 화합과 단결"이라며 "불신과 의심을 버리고 이해와 배려를 하는 게 제1야당으로서 국민들에게 할 최소한의 기본적 도리"라고 당부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산회 직후 의원총회장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에게도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화합과 단결을 해서) 다행"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여당의 내홍을 의식해 갈등을 서둘러 봉합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된 것은 아니라서 불씨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친노패권주의의 청산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지만, 친노의 수장인 문재인 대표는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 왼쪽)가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 왼쪽)가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산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가) 당직 인선에 있어서 소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 앞으로 인사나 당무 전반은 최고위원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하기로 했다"며 "이 정도 말씀이면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보다도 중한 말씀"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아울러 "비어 있는 당직은 되도록 빨리 인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지금까지 소통이 부족해서 어려웠던 점을 잘 인식해서, 앞으로의 당직 인선은 이러한 어려움을 증폭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전날 회동에 대한 질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빠른 걸음으로 취재진을 따돌리고 의총장으로 입장해 대조를 이뤘다.

    전날 회동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른바 '당원께 드리는 글' 사건을 포함해 친노패권주의적 행태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문재인 대표로서는 화합과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반박하면서 각을 세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기존 당직 인선에 소통이 부족했던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향후의 당직 인선도 최고위원들과 좀 더 긴밀히 논의하기로 하는 등, 여러모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불쾌감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불쾌감이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후임 당직 인선 과정에서 표출될 경우, 잠재된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당장 친노 일각에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 선임이 "비노 일색으로 됐다"고 호도하며, 문재인 대표를 충동질하고 친노~비노 갈등의 재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원내 핵심 당직자는 "예결위원이 비노 일색으로 선임됐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몫의 예결위원 22명 중 김상희·민홍철·박범계·배재정·부좌현·이상직·이인영·홍의락·홍익표 의원 등 9명이 친노 또는 범친노로 분류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모든 당내 갈등은 문재인 대표가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봉합이 되더라도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표가 주승용 최고위원이 진언한대로 '친노의 수장이 아닌 비노의 수장'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