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막말 △최재성 사무총장 △조국 혁신위원… 호남 물갈이 의도호남 현역 경쟁력 예전 같지 않아… 인위적 물갈이는 분당 부를 것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지역 의원들이 이른바 [호남 물갈이]에 맞서 공동 대응과 입장 표명을 모색하고 있어, 정치적 행보와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지역 의원들이 이른바 [호남 물갈이]에 맞서 공동 대응과 입장 표명을 모색하고 있어, 정치적 행보와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뿌리인 호남(광주·전남·전북) 지역 의원들이 이른바 '호남 물갈이'에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어, 정치적 의도를 놓고 야권 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지원·주승용·이윤석·황주홍 의원 등 새정치연합 전남 지역 의원들은 2일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호남 물갈이'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전북 지역 모 의원이 제안한 광주·전남·전북 지역 의원들의 공동 입장 표명도 긍정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참석한 의원은 "광주·전남·전북의 공동 입장 표명이 자칫 당내 분란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이쯤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고 전했다.

  • 호남 40% 물갈이를 제시했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지난달 12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호남 40% 물갈이를 제시했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지난달 12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모든 정치적 징표가 '호남 물갈이' 겨냥

    내년 총선까지 10개월 정도가 남아 있고,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위도 한창 활동 중인 상황에서 호남 지역 의원들이 공동 입장 표명까지 논의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이른바 '호남 물갈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의 트윗이 단초"라고 귀띔했다. 김경협 부총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칭 비노는 실체도 없는 친노패권을 운운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구태정치인"이라며 "친노패권이 있었다면 지금 친노패권 주장하는 구태정치인들에게 절대 공천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노(非盧, 비노무현) 의원들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흑심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이후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한동안 내홍이 이어졌다. 당시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재성 의원은 말하자면 '너무 잘 드는 칼'"이라고 표현했다.

    논란 끝에 최재성 사무총장의 공천 관여 배제라는 방향으로 일이 풀려가고 있지만, 당무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무총장이 공천에 관여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코웃음쳤다. 이상민 의원도 지난달 29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사무총장은 공천 작업의 실무 총책임자인데 영향력을 억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도 어려울 것이고, 당위론적으로도 말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거기에 더해 호남 현역 의원을 물갈이해야 한다며 '40% 이상'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혁신위원으로 위촉됐다. 혁신위원장으로 '비토(Veto)' 당했던 인물이 혁신위원으로 혁신위에 입성한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후 혁신위가 하라는 혁신은 안 하고 마치 공심위(공천심사위원회)라도 된 것처럼 공천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호남 40% 물갈이'를 제시했던 조국 교수를 억지로라도 혁신위에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겠느냐"고 되물었다.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의 '비노 공천 배제' 망발 △공천 실무 총책임자인 사무총장에 '너무 잘 드는 칼' 최재성 의원 전진배치 △혁신위에 '호남 40% 물갈이' 제시했던 조국 교수 포진 등 모든 정치적 징표가 인위적인 호남 물갈이를 가리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호남 의원들이 공동 대응과 입장 표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된 것은 '더 기다려볼 것도 없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호남이 당의 뿌리라면 친노는 줄기"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줄기가 뿌리를 '물갈이'하려는 희한한 움직임이 지속되자, 더 이상 무력하게 당하지 않겠다는 준엄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 [너무 잘 드는 칼]이라고 표현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이 지난달 25일 사무총장으로 임명 강행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너무 잘 드는 칼]이라고 표현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이 지난달 25일 사무총장으로 임명 강행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호남 현역 경쟁력 예전과 달라… "자신감 있는 행보" 가능

    그렇다면 이들의 공동 대응과 입장 표명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호남 물갈이'는 총선 때마다 반복돼 왔던 일이지만, 이제는 호남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당당히 맞서려 할 정도로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호남 의원들이 실제로 막대기 꽂듯 당선돼, 낙천해버리면 그 순간 경쟁력이 상실되던 시절도 있었다"며 "지금 호남 의원들은 상당수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경력이 있고, 기초·광역의원을 거치고 올라와 밑바닥이 탄탄한 의원들도 적지 않다"고 호언했다.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호남 의원들이 국회 출석률이나 입법발의율이 저조하다거나, 지역구의 사업이나 민원을 챙기지 못한다는 등의 지표와 기준이 없다"며 "기준에 비춰보면 오히려 반대"라고 장담했다.

    '호남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발언이다. 황주홍 의원 본인도 강진군수를 세 번 역임해 지역구가 탄탄하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이외에 친노패권주의와 각을 세우며 수석최고위원 사표를 던진 주승용 최고위원도 전남도의원을 재선하고 여천군수와 여수시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무소속 당선 경력이 있고,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무소속 당선 경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남도의원을 3선 하고 최연소 전남도의회 의장까지 역임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최근 신당설(說)이 박주선·김동철 등 호남 지역 의원들로부터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친노가 '나가려면 나가라'는 태도라면, 호남 의원들의 공동 행보는 '언제든 함께 못 나갈 줄 아느냐'는 맞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