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인지, 문재인 최측근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
  • 알고 보면 소신(所信)이 아닌 욕심(慾心)이었다.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개인정치 논란을 둘러싸고 정치권 내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던졌다.

    "과거 우리 정치사를 보면 개인적인 보신주의와 당리당략과 끊임없는 당파 싸움으로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부정부패의 원인 제공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정치를 거두고 국민을 위해 살고 노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 상생의 정치에 국민들을 이용하고 현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사령탑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히 격앙된 말투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은 "박 대통령이 이처럼 흥분한 적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원고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당헌(黨憲)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제8조> 당과 대통령의 관계

    ①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②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하여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한다.


     

    당헌대로라면, 의회 내에서 여당을 이끄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당정(黨政) 간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사사건건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아 왔다. 그렇게 쌓인 불신(不信)으로 인해 지금의 당정은 삐그덕 소리를 내며 곧 멈춰설 것 같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긴밀한 협조관계'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개인정치 행보는 원내대표 취임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지적이 많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2월 2일 새 원내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의 발언들을 곱씹어보면, 그가 줄곧 개인 의견을 여당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제시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들을 던져가며 에둘러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려는 것보다, 국정운영의 동력을 꺾어려는 의도가 강해 보였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소속인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지 헛갈릴 만한 발언도 있었다.

     

  •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5월 28일 여의도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DB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5월 28일 여의도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DB

     

     

    <2월 3일, 기자간담회>

    "증세 없는 복지는 용도 폐기 돼야 한다."
    "현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는 바꿀 필요가 있다."
    "개헌의 'ㄱ'자도 못꺼내게 하는 건 잘못이다."

    <2월 3일, CBS 라디오 인터뷰>

    "건강보험료 개편안, 재추진하겠다."

    <2월 3일, 경향신문 인터뷰>

    "(복지와 경제) 민생정책이 현 지점보다 왼쪽으로 자꾸 가는 게 좋다."

    <2월 25일, 당정청 정책조정 협의회>

    "(국정과제의 수정 필요성을 공개 언급) 우리가 2년 전 계획 중 계속 가져갈 것과 과감히 수정할 것, 새롭게 추진할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4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지난 대선공약인)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새누리당이 반성한다. 지난 3년 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조2,000억원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창조경제를 성장해법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 재벌은 정부 특혜와 국민 희생으로 성장을 이룬 만큼, 비정규직과 하도급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이밖에도 유승민 원내대표가 공당(公黨)의 대표가 아닌 인기영합식 개인정치에 주력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당내에서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주요 발언들을 모아봤다. 

     

     

    <2월 28일, 기자간담회>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에 대해' 유감스럽다') 국정원장을 하신지 얼마 안 된 분이 가셔서 그 부분은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주호영·김재원·윤상현 의원의 정부특보 내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 특보단 인선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비판) 현직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정무특보는 대통령 특별보좌역인데,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에 대해 나는 문제의식이 있다."

    <3월 7일, '은평포럼' 조찬모임>

    "(최경환 기재부 장관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의 근간인 양적완화에 대해 '근시안적'이라고 비판) 돈 좀 더 풀고 금리를 내리는 건 성장 방법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비타민 한 알 먹는 정도."

    <3월 30일, 관악구 현장 최고위원회의>

    "(안심전환대출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당정 간 깊이 논의하겠다.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1차 20조원을 선착순으로 나흘만에 배정하니 일종의 로또에 해당한다는 문제가 있다."

    <4월 27일, 최고위원회의>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민 분노가 무섭다. 국민은 이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정직한 목소리를 듣기를 원한다.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

    <5월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지도부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실무진 차원 합의, 소득대체율 50%는 실무기구 합의문에 등장하는 숫자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럴 수 있으냐, 나중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청와대와 따져보겠다."

    <5월 11일, 최고위원회의>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자신을 방어하듯) 국민연금문제는 이대로 가도 2060년에 연금기금이 고갈된다.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안높이고 논의하기 전에 어떤 정부든 국민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은 여야 막론하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5월 12일, 취임 100일 간담회>

    "법인세 (인상) 부분은 지금부터 토론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산된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당장 저한테 협상 재량권이 별로 없다."

    <5월 13일, 국가미래연구원 주최 세미나 기자간담회>

    "(처리 무산 후)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비공식적인 입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도 (청와대 입장을) 언론만 보고 알고 있다."

    <5월 29일, 기자간담회>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삼권분립 위배"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거론하자) 어떤 부분이 삼권분립에 위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법률과 시행령 충돌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에 아무 이상이 없다. 국회가 시행령 모든 조항에 간섭하는 게 아니다."

    <6월 3일, 기자간담회>

    "(청와대發 당정청 협의 회의론에 대해)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

     

    나아가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권 주요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를 요구한 적도 있었다.

    지난 2011년 12월 유승민 원내대표는 홍준표 당시 대표를 겨냥해 "(홍 대표가) 그동안 당을 이끌어 가면서 중요한 고비마다 보였던 부분에 대해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 주장을 던진 이후 지도부는 잇따라 당직에서 물러났다.  

    2012년 7월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란은 정부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인데, 지금 외교부의 국장 한 분하고 청와대 대일 전략기획관 두 분이 사표를 내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흠결은 그리도 꼼꼼히 챙기면서 자신의 부덕(不德)은 돌아보지 않는 유승민 원내대표다.

    그간 발언들을 살펴보면, 과연 유승민 원내대표가 단 한번이라도 당헌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당헌에 따라서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원내대표가 당헌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난센스(nonsense)를 보고 있자면 그저 한 숨이 절로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