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당내 갈등에도 팔짱...'자기정치' 정도 지켜야"
  •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위태롭다. 계파갈등으로 인한 사분오열(四分五裂) 직전의 '내홍'은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자, 김무성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막장으로 치닫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퇴의 기로에 선 유승민 원내표가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않자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태라면 지지율 폭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을까. 갈등 
    폭발의 기폭제는 위헌 논란의 국회법 개정안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쌓여왔던 감정이 터진 것이 결정적 계기라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자기정치",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에 대해 '불신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관계에도 새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던 유 원내대표를 대표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이후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고, 2011년 7월 전당대회 땐 친박(친박근혜)계 단일 후보로 당 지도부 경선에 출마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처럼 '원조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꼽혀왔던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멀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유 원내대표가 2012년 이후 이른바 '자기 정치' 행보의 욕심을 드러낸 것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2012년 2월 박 대통령이 추진하던 당명 변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으며, 이외에도 외부 인사 영입이나 당 '쇄신'을 목표로 한 정책 변경 등의 문제를 놓고도 박 대통령과 수차례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또 지난 대선을 2개월가량 앞두고 '과거사 인식' 논란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을 당시 이른바 친박 '핵심' 인사들의 '2선 후퇴론을 주장했다가 박 대통령과 거듭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 취임 후에도 
    정부 정책 방향 등에 대한 비판 발언을 계속 쏟아냈다. 유 원내대표는 2013년 3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정책을) 한 자(字)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비난했고, "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은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올해 2월 증세·복지 논쟁, 사드(THAAD·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론화 논란,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 등을 놓고 정부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당청관계 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결국 유 원내대표가 위헌 논란의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한 것을 기점으로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친박계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유 원내대표가 쉽사리 물러나지 않아 당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당내부에선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아 당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데 유 원내대표는 팔짱끼고 바라만 보고 있다"며 "(유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질지는 몰라도 '자기 정치'도 정도를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