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말도 안되는 법, 통과되면 사회주의 국가 논란 거세질 것"


  •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이다.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국민을 위한 법을 제정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위헌(違憲) 소지가 있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을 자초하는 국회의원들이 가끔 있다.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유 의원의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마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유는, 그만큼 정치·사회·경제 분야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은 1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법안을 한 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사회주의 국가에나 필요한 법으로, 말도 안되는 법안이다." 


◆ 자유시장경제 뒤엎는 사회주의?

헌법 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규정한다. 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은 '사회적 경제기본법' 입법취지에서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그 이면에는 양극화의 그늘이 있었다"며 "양극화로 인해 대한민국은 공동체 붕괴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해 한국경제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기본 원리를 자유와 창의에서 협동과 연대로 전환하자는 취지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생긴다.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우리 사회의 근간과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이런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느냐는 비난도 제기된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정부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농어촌 공동회사 등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의무를 지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해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농협, 농어업법인단체 등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적 경제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 기본 계획에 따라 해당 관서장은 1년 단위 시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지자체 출연금과 민간 기부금으로 사회적 경제발전기금을 조성하고, '
    사회적 경제의 날'도 지정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은 총구매금액의 5%를 사회적 경제조직에서 우선 구매해야 한다.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반 기업과 자영업자 입장에선 형평성 잃은 정부의 태도로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한구 의원은 "특정 사회적 기업이 국가에 기여하는 부분이 특별히 없음에도 다른 기업보다 우대해준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일반 기업이나 자영업자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매우 불공평하다는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이 법안은 결국 특정 조직이나 단체를 지원해 이들을 특정 정치세력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유사한 법안 때문에 망한 나라들이 많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법안을 내놓은 나라는 스페인 에콰도르 멕시코 포르투갈 캐나다 등으로, 대부분 경제위기를 겪고 있거나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들로 구성 돼 있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반(反)자본주의 운동을 국민의 세금으로 한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면서 "이 법이 제정되면 (어떻게 만들어도 정부가 사들일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물건은 굉장히 시원찮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안 팔리는 물건인데 그걸 다 사주겠다는 뜻"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회적 기업의 전체규모가 지금보다 7~8배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공공구매 규모가 커지고 결국 국가부담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 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다 영세기업들인데, 누구는 그런 반자본주의 운동을 한다고 정부가 물건을 대주고, 다른 곳에는 판로를 잃게 만든다면, 그게 형평성에 과연 맞겠느냐"고 비판했다. 


    ◆유승민은 왜..

    유승민 의원은 왜 논란도 많고 탈도 많은 이런 법안을 발의했을까. 유승민 의원은 지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다"며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던 시장경제체제를 실패로 규정, 경제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측면에서 '파격'을 넘어선 거센 파장이 감지됐다. 용어선택 수준이 좌파 운동권과 맞먹는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실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야당에서 입법한 법안 중 유 원내대표의 것과 비슷한 법안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경제기본법'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있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에 비슷한 내용을 담은 바 있다.

  • ▲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뉴데일리
    ▲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뉴데일리

  • ◆법안 후폭풍 예고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혹여 통과되기라도 한다면 사회적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정치·사회·경제분야 모두에서 이 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우선 방만
    (放漫) 경영을 일삼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오히려 지원하는 악법(惡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 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인 이상희 교수도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역대 정권의 문제로 거론된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가 인프라를 주고 지원한다는 말은 결국 이런 공기업을 수천 개 만들어내는 결론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미 지자체와 정부에 사회적 경제위원회, 사회적 경제센터 등 여러 개 조직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법안으로 2중-3중의 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도 이 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이런 점을 언급하면서, 단순한 분배로는 양극화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인 한정석 위원은 "국가나 정부가 세금을 지원할 경우에는 경제학적인 지대를 추구하는 이익집단화가 나타난다"며 "국가의 지원을 얻기 위해 사회적 기업과 정부의 로비나 정격유착이 일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정치권에선, 법안이 통과되면 결국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불공정 경쟁을 유발시키며 특정 정치세력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그런 조직을 도와주기 시작하면 결국 그 단체는 정치적으로 움직이며 정부의 지원금이나 타려고 할 것"이라며 "국가 복지에 사용할 재정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세금을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러니 우리 새누리당이 정체성을 의심받는 것 아니냐"면서 "논란이 큰 이 법안이 혹시라도 통과된다면 '결국 이 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속셈이냐'는 등의 비난에서부터 그야말로 정말 나라가 난리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