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새정치, 전체 당 의원들 앞장서라"… 文 압박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장병완 의원·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장병완 의원·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재보선에서의 준엄한 '친노(親盧) 청산' 경고의 효력이 나타난 걸까. 분노한 호남 민심에 놀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 지역 현안 챙기기에 발벗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흔들리거나 차질을 빚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이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문법)을 근거로 2023년까지 5조3000억 원(국비 2조8000억 원·지방세 8000조 원·민자 1조7000억 원)을 투입해 광주광역시를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매해 800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아시아문화전당처럼 자신들이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통과시킨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아문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영유아보육법과 연계 처리됐으나, 정작 영유아보육법은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아문법을 콕 찝어 비판하자, 지역구가 광주인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물론 그간 새정치연합과 각을 세우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까지 한데 모여 성토의 장을 벌였다.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탁회의에는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과 박주선·김동철·강기정·주승용·장병완·천정배·임내현·김영록·정청래 의원이 참석했으며,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대거 함께 했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아문법 사태는 거부권이 행사된 국회법 개정안 사태와 유사한 사태"라며 "특별법을 시행규칙으로 바꿔 법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추진단 40명을 8명을 줄여 32명으로 하고, 계약직 18명을 전당에 집어넣어 50명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며 "광주시민을 무시하는,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병완 의원도 "광주 의원들만 나설 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문화부·행자부 장관을 동시에 불러 압박해 들어가야 문제가 풀린다"며 "하나씩 부르면 핑퐁 게임이 돼버릴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임내현 의원은 "행자부장관 이야기도 나왔지만, 결국 전부 청와대였다"며 "(아문법 처리 지연 및 시행규칙 사태에) 대통령이 관련됐다는 것은 의심이었지만 이번 일(국무회의 발언)로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광주 지역 의원들이 기세등등한 발언을 이어가자, 원탁회의가 시작한지 30분이 지난 11시 30분 무렵 문재인 대표가 뒤늦게 회의장을 찾아 "내가 먼저 인사말씀을 했어야 하는데…"라며 발언을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표는 "아문법을 당리당략이라고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150만 광주시민과 우리 당에 대한 모욕"이라며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뒤에도 광주법이라며 발목을 잡아 한동안 처리를 가로막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아문법은 3만6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2조76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법"이라며 "아문법이야말로 박근혜 정부 들어서 통과된 법안 중 가장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민생 법안"이라고 강변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는 아문법 통과가 지연된 탓에 아시아문화전당의 9월 개관에 차질을 빚은 점을 책임져야 한다"며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으로 아시아문화중심사업이 흔들리거나 차질을 빚는 일은 우리 당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 자리에는 쓴소리를 하다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선 주승용 최고위원과 문재인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박주선 의원, 그리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포진해 있었다. 호남 당심과 각을 세우고 있는 문재인 대표로서는 불편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뒤늦게 달려와 자신이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에 대해 호남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4·29 재보선을 통해 나타난 호남 민심의 경고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호남을 수중의 표밭처럼 여기다가, 재보선에서 한 방 먹고 나니 '앗 뜨거'한 것"이라며 "옛날 같으면 문재인 대표가 광주시당 주최 원탁회의에 직접 왔겠느냐"고 꼬집었다.

    결국 4·29 재보선에서 호남 민심이 들고 일어나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외친 것이 주효했던 셈이다. 아울러 호남 민심의 분노에 화들짝 놀란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때까지 호남에 공을 들이는 척은 하겠지만, 친노패권주의와 호남 정치의 복원은 양립 불가능한 명제인 만큼 진정성은 두고 볼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호남 정치 복원을 부르짖으며 지난 4·29 광주서구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무소속임에도 이날 광주 지역의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눈길을 끌었다.

    천정배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축사 직후 발언을 자청해 "문재인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더 큰 전략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표명했다"며 "새정치연합은 명확하게 이 문제를 단순히 광주·호남의 의견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전체 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내가 있어서) 초당적 대응이라 한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내가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무소속이라는 게) 실감이 안 된다"고 웃으며 "실제로 초당적인 노력이 될 수 있도록 새누리당에도 요구하고 압박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축사를 위해 도착한 문재인 대표는 이미 자리에 착석해 있던 천정배 의원과 악수를 나눴으나 둘 사이에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