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경지역은 사람 거치면서 소식 과장돼 전해져 의심
  •    北 국경지대보다 항구가 더 인기

    신준식   / 뉴포커스 기자

  • 흔히 북-중 국경지대를 한류 문화 전파의 '일방적인' 루트로 본다.
    하지만 북한 내 한류가 국경지대를 통해서만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유통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북한에서 국경 부근과 내륙 지방 사이에 심각한 한류 문화 전파의 속도 차가 생길 것이다. 들여다보면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탈북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내륙 지방은 그 지역 나름대로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있다. 일례로 강원도는 산맥이 많아 외국 문화를 접하기에 굉장히 취약할 것 같지만, 오히려 새로운 소식 등을 더 빠르게 받아들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에는 일본과 수출입을 하는 해상 무역선이 있다.
    무역선 선장들은 부수입을 얻기 위해 법규를 어기고 일본에서 들여오는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비밀리에 싣고 북한으로 들어간다. 항구에 도착하면 중간 상인(대리업자)이 콘텐츠(CD, 책, 각종 물품)를 받아 시장에 넘긴다. 국경을 거치지 않고 내륙 지방에서 충분히 한류 문화를 소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류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에 대한 정확도도 항구 주변이 훨씬 믿음직하다.
    국경에서 들어오는 소식은 중국을 통해 변형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는다.
    스노우볼(눈덩이가 급속도로 불어나는 상황)처럼 작은 소식 하나도 중국을 거치게 되면 과장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항구는 다르다. 무역선을 타는 북한 사람들이 직접 듣고 전파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신뢰도가 있다.

    2014년 탈북한 이지영 씨는 "실제로 일본과 수출입을 하는 무역선 중 '만경봉 92호'가 있다.
    북한 정권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부터 북-일 관계가 악화돼 지금은 제대로 운항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에는 꾸준히 일본과 교류하던 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경봉 92호는 원산항으로 들어왔는데, 배가 입항할 때면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일본에서 들여온 물품들을 거래하기 위해서다. 비밀리에 이루어졌지만, 시장에 들어오는 물건들이 새로 바뀌는 것을 볼 때면 '만경봉 92호가 일본에 갔다왔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탈북한 해상경비대 소속 김철원 씨는 "왜 제대로 된 감시를 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상인들이 거래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군 소속해상경비대원들에게도 뇌물을 준다. 그러니 애써 단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외에도 군당비서, 리당비서, 초급당비서, 안전부 안전원에게도 상인들이 일본에서 들여온 선물 공세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북한 내 항구는 사실 뇌물을 주고 받는 창구나 마찬가지다. 서민들은 시장에서 한류를 접할 수 있으니 좋고, 상인들은 그 덕분에 돈을 벌어서 좋고, 경비대원이나 상급 간부는 뇌물을 받아서 좋으니 사실 알고보면 일석삼조의 효과 아니겠나. 이 덕분에 항구 주변에 외국 문화가 빠르게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국제적 경제 제재때문에 최근에는 항구를 통한 문화 유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항구는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한류 또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구는 북한 내 트렌드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출입구가 되어가고 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