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판로까지 열어주는 법안""중소기업에 패널티 주는 법안… 양극화 해소라고 할 수 있나"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발의한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궤를 달리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발의한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궤를 달리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내홍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2014년 4월 30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전 총리,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오 의원 등 67인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경제 성장 방법론인 창조경제·규제완화와는 완전히 지향점이 다른 '유승민식 경제 좌클릭'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정부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농어촌 공동회사 등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의무를 지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입법취지에서 대한민국은 고속성장의 이면에 양극화의 그늘이 있고, 이 때문에 공동체가 내부로부터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이어 한국경제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가치들에 주목 △사회적경제조직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 되도록 하기 위한 통합생태계 조성 △통합적인 정책추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입법 취지에서 시장경제체제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 내 어둡게 그리면서 사회적 기업을 미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에서조차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해당 법안과 관련해 "사회주의 국가는 도처에 협동조합이 널려있다"며 "남북한은 해방 후 똑같은 GDP를 갖고 시작했지만 우리는 북한과 달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해 40배의 경제력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 경제성장의 그늘을 밝게 할 수 있다"며 "그만한 격차를 벌인 성과가 오늘날의 결과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조항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법의 목적은(제1조) 사회적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통합 생태계와 통합적인 정책추진 체계를 구축하여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설립·경영의 지원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함으로써 양극화 해소, 건강한 공동체의 조성 및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써 있다.

또 이 법 제6조에서는 국가가 사회적 경제 발전을 위해 종합적인 시책을 세우고,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0조에서는 사회적 경제 발전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고 조정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그것도 모자라 사회적 경제 활성화 사업에 관한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기재부장관 밑에 한국사회적경제원을 두도록 했다.

시장에 개입할 각종 정부 조직을 비대하게 편성했다는 쓴소리가 터져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입법취지상으로는 심각한 양극화로 인해 국가가 하지 못한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역할이 사회적경제조직이 하는 역할로 서술돼 있는데, 사회적경제조직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지원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일갈했다.

특히 제21조에서는 정부는 사회적 경제 발전기금을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사회적 경제조직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구매 촉진 및 판로 확대를 위해 필요한 지원 및 시책을 종합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시장경제체제를 외면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되는 대목이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손을 잡고 이동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손을 잡고 이동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이 조항이 오히려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말이 나온다. 거대한 국가가 나서서 판로까지 열어주는 것이 오히려 영세 중소기업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영세 자영업자가 죽어나가면 양극화를 줄이겠다는 본래의 입법취지에도 어긋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가 매해 정책·계획을 짜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도와주는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설립단계부터 판로까지 정부가 개입해 도와주는 법안인 셈이다.

    이 법안은 큰 틀에서 보면 야당의 사회적 경제기본법과도 다르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야당안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총 구매액의 5% 이내를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화나 용역을 구매하도록 명시한 부분이 있고, 농협·수협 등 거대 협동조합을 참가시키지 않는다는 것 정도다.

    때문에 "좌클릭 일색의 이런 경제정책이 대체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와 다른 게 뭐가 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지난 1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적 기본법의 진단과 파장' 토론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기본적으로 불평등 법안"이라며 "(사회적 기본법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원을 설립해서 세제지원·창업자금·운영자금을 확보해주고, 물건 만들면 판로까지 확보해준다는데 이런 기업이라면 누가 못하나"라고 반문한 바 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도 "국회에 오기 전에 울산광역시장을 3번 했다"며 "그때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들이 기본적인 체질 강화는 뒷전이고 지원에 매몰돼 모든 라인을 가동해 정부 지원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기업들을 지원할 돈이 경쟁을 이겨내는 건강한 기업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라며 "이런 법안은 체질이 좋은 기업도 체질이 약해지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렇게 청와대의 경제철학과 거리가 먼 법안을 발의하면서 "함께 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점이 최근 사퇴 논란에 휩싸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경제철학은 지난 4월 8일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해 청와대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