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시나리오, 어떤 선택 내리든 계파갈등 심화 몰고 올 듯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음에도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관심이 쏠린다. 

유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 직전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거취문제에 취재진은 물론 당 관계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음에도 다소 느긋한 모습으로 당무를 소화했다.

더 이상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어떤 의도로 언제까지 버틸 생각인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 잃을 게 없는 유승민, 속만 끓이고 있는 親朴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선 "유승민 원내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남겨둔 채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신임 투표'라는 마지막 수단을 품고 이번 논란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거부권 정국으로 발생한 원내대표 사퇴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유승민'을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됐겠느냐"며 "사태를 뒤집어 보면 사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는 상당히 잘 된 것"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가 당청관계 갈등의 주역으로 낙인찍혔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기회를 맞이한 셈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4주차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6위에 머물러 있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뒤 2.0%p 상승한 5.4%로 두 단계 뛰어올라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유권자 2,5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0%p)

이런 형국 속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쉽사리 물러나지 않자 친박계는 다소 당황한 모양새다. 특히 유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비박계에서 재신임 카드를 꺼낼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원총회를 통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결정될 경우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세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집단사퇴로 인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까지 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재신임으로 표결처리로 가는 것은 진짜 피곤한 상황이다"며 "재신임 결과 여부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유승민 원내대표는 잃을 게 없다. 그러나 혹시 재신임된다면 박근혜 대통령만 치명상을 입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혹여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투표가 진행되고, 결과가 유임으로 나온다면, 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버리는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총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탈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번진다면 여권 전체가 분열 국면에 휘말리며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 ▲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 ⓒ뉴데일리 DB



  • ◆ 黨, 재신임 투표까지 가면 극심한 혼란 빠질 수도 

    그렇다면 실제로 재신임 투표로 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유 원내대표에 대한 거취문제를 논의할 의총은 조만간 열리겠지만, 재신임 단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한 비박계 의원은 당의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재신임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면서 "특히 지난 의총에서 이미 분위기상 재신임을 받았으니 재신임 투표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이미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았다는 발언은 무리한 주장"이라며 "최근에 열린 의총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대한 내용이었을 뿐 재신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어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신임 투표로 갈 경우 당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과 국가를 위해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친박계의 요구대로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의 결단을 내린다면, 신임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친박 대 비박' 진영간 경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세 대결이 예상된다.

    야당이 정치공세의 소재로까지 활용하는 '유승민 사퇴' 논란은 언제쯤 정리될 수 있을까. 당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은 뒤 자진 사퇴하는 이른바 '이기적인 명예 퇴진'을 염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적어도 1~2주 안에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을 극심한 혼란으로 이끈 유승민 원내대표가 마지막까지 당과 정부에 핵폭탄을 남기고 떠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재신임 카드를 품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 몸값을 올린 뒤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