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박수치는 새정치민주연합, 친이-친박 내년 4월 총선 공멸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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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沈默)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활성화 방안이나 메르스(MERS) 종식과 같은 민생(民生)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모두 발언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메르스에 맞서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밤낮 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의료진을 격려하며 "모든 분들의 사명의식이 메르스를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일선에서 뛰고 계시는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메르스 종식이 가장 시급한 일이지만 사태 종식 후에는 감염병 대응 체계를 확실히 혁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에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확인한 우리 방역시스템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향후 다른 신종 감염병이 유입이 됐을 때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메르스와 극심한 가뭄피해가 겹치면서 예상되는 경제활동의 위축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정상 성장 궤도로 하루빨리 복귀시키고 또 소비를 비롯해 일상적 경제활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과감한 소비 진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풀어내야 하는 규제개혁의 속도도 더욱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각 수석들은 파급 효과가 큰 핵심 덩어리 규제들을 적극 발굴해서 속도감 있게 개선하고 지자체 일선 구석구석까지 규제개혁 효과가 도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단체들이 계획한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메르스 대책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내수 살리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에 감사를 드리며, 내수침체 극복을 위해 향후 3~4개월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모든 경제주체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달라"고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굳게 입을 닫은 모습이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대로(大怒)하며 정치권을 강력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랬던 박근혜 대통령이 왜 정치현안에 대해 함구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뉴데일리 DB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뉴데일리 DB

     

    ① "이미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여권 내 추가적인 정쟁을 피하고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②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새누리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내릴 결단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③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이제 여당으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기에 추가적인 언급이 필요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다. 세 가지 모두 아닐 수도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만큼 콕 찝어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심각한 것은 이번 사태 파장이 향후 선거에 미칠 영향이다.
    당장이 어찌됐든 이번 사태가 쉽사리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멀쩡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에서 곪아 터져버린 내부 갈등 때문이다.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간 주도권 다툼이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헤게모니(Hegemony) 싸움으로 번지다보니, 문제를 봉합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정치권 내에선 친박계와 청와대의 과도한 공세가 자칫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원총회를 통해 사실상의 재신임을 받은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할 경우, 여권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이들의 반발이 심화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여권의 정쟁을 돌파구로 정국 반전을 꾀하려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을 '막장 드라마'에 비유하며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 청와대와 여당과의 권력 투쟁이라는 막장 드라마는 종결 짓고 민생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자신들의 극심한 계파갈등은 뒤로 숨겨둔채 여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린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본격적인 선동(煽動) 여론몰이에 나설 경우, 다음 총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공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