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좌파 정권, 은행 영업중단 및 증시 휴장, 예금인출 제한, 해외송금 금지 조치
  • 지난 26일 그리스에서 일어난 '뱅크런'의 모습. 시민들이 ATM 기기에서 예금을 인출하려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6일 그리스에서 일어난 '뱅크런'의 모습. 시민들이 ATM 기기에서 예금을 인출하려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리스가 좌파 정권이 들어선지 5개월 만에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좌파 연립정권의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방송 연설에서 시중 은행의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 은행들에 유동성(자금)을 공급하지 않은 EU 중앙은행의 결정으로 그리스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의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의 예금은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그리스 시민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한 듯 보이지만, 실제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은 지난 26일 이미 시작돼 시중에 있는 ATM 기기에 현금이 모자라 평온해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리스가 이 같은 사태를 맞게 된 것은 지난 1월 25일 총선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이끄는 극좌파 정당 ‘시리자’가 승리를 거두면서부터다. ‘시리자’는 총선 공약으로 EU에 지고 있는 부채를 갚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독일과 프랑스 등 EU 주요국들은 그리스의 채무액을 줄이는 조정 작업에 들어가 120억 유로(한화 약 13조 4,000억 원)을 지원하는 구제금융 연장안을 제시했으나 치프라스 정권은 “빚만 늘어날 뿐”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치프라스 정권은 대신 “국민들의 뜻을 묻겠다”며 EU 등 채권단에 제시한 구제금융 연장안을 받아들일지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오는 6월 30일 만기가 도래하는 15억 유로(한화 약 1조 8,540억 원)의 IMF(국제통화기금) 채무를 상환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지난 26일부터 ‘뱅크런’이 시작된 것이다.

    시중 은행과 ATM기기에서의 ‘뱅크런’이 일어나자 치프라스 정권은 시민들의 패닉 상태를 막기 위해 ATM기기에서의 현금 인출을 중단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는 것이 외신들이 평가다.

    결국 치프라스 정권은 시중 은행의 영업을 중지시키고, 아테네 증시도 하루 동안 휴장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ATM기기에서의 현금 인출을 60유로(한화 7만 4,000원)으로 제한하고, 해외로의 자금 이체도 금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정부가 IMF의 채무 15억 유로를 갚지 않는다고 바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서로 맞물려 있는 상태인데다 민간 경제의 펀더멘탈이 매우 허약해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오는 7월 5일의 국민투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언론들은 국민투표에서 EU와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많으면 치프라스 정권의 사임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함께 유로존 탈퇴(GREXIT)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