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돼야 할 국회...박대통령은 '국회선진화법' 폐지 물꼬를 터라
  • ▲ 류근일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뉴데일리
    ▲ 류근일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뉴데일리
    소통부족과 인사(人事) 실패 등 박근혜 대통령의 일부 리더십 양태에 대해서는 분명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그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글로써 표시한 사람의 입장에서, 적어도 이번 그의 국회법 개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만은 "그럴 만한 사유와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선 국회법 개정이라는 것 자체가 영 생뚱맞은 사안(事案)이란 점에서 그렇다.
애초에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 연금법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무원 연금개혁은 공무원들이야 뭐라고 반대하든 말든, 국민적 정당성을 갖는 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걸 그대로 놓아두었다가는, 다른 여러 폐해 중에서도 특히 미래 세대가 크게 치일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이 이걸 엉뚱하게 국민연금법과 연계시켰다.
국회선진화법에 묶여있는 김무성-유승민 체제의 새누리당은 어쩌자고 야당의 요구를 그대로 덜컥 들어주었다.

싸워야 할 상대와는 무원칙하게 야합하고 자기 당 지도자에겐 정면으로 등을 돌려버린 셈이다.

그 결과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은 죽도 밥도 아닌 것으로 쭈그러들고 말았다.
'3선 개헌'을 하자는 것도, 유신헌법을 만들자는 것도 아닌, 공무원 연금법을 고치자는 것이었는데 명색이 여당이란 친구들이 야당과 내통해 그 김을 완전히 빼버렸으니, 대통령으로서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빼고 순전히 국회법 개정 자체만 두고 본다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그럴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위헌심사는 헌법재판소가, 권한심사는 대법원이, 시행령은 행정부가 전담하는 게 3권 분립의 원칙이다.
국회법을 개정해 시행령의 모법위배 여부를 국회가 심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래서 '국회 전횡(專橫)‘이라는 게 적잖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필자는 이 견해에 공감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이게 아니더라도, 지금의 국회는 너무나 비생산적인 국회다.
일례로 북한인권법을 “실효성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구실로 반대하는 야당에, 국회선진화법을 신주단지처럼 받들어 모시는 여당이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국회가 지금의 한심한 ‘정의화 국회’다.
이런 역기능(逆機能)적인 국회야말로 내각제 국가에서처럼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만 있다면 제일 먼저 해산시킬 만한 국회라고 필자는 느낀다.

이제는 대통령과 ‘이런 국회’ 비판자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런 국회’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국회선진화법의 존폐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방도는 없을까?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규칙 중 하나인 다수결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선진화법 제정 과정에 그 나름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통감하는 의미에서라도 박 대통령은 솔선 그 폐지에 물꼬를 텄으면 한다.

  •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민련 워내대표.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민련 워내대표.

    “동물국회보다는 식물국회가 낫다”는 논자들도 있지만, 필자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나쁜 것은 제어해야 한다”는 쪽이다. 
  •  
    지금의 새누리당 구성인들 자체가 ‘잘못 공천된’ 지극히 기회주의적인 인물들이다.
    여당은 그 동안 ‘전문성’ 운운하다가 ‘애국심’ ‘투쟁력’ ‘신념의 자질’을 공천기준에서 너무나 소외시켰다.

    그 결과 오늘의 여당 의원들은 마치 관청 공무원, 출세주식회사 사원들 같다.
    다음 번 공천 때는 전체주의 음모 세력과 목숨 걸고 싸울 투철한 용기와 신념을 기진 ‘전사(戰士)'들이 다수 등판할 수 있도록 공천과정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야당은 야당이니까 으레 그러려니 한다손 치더라도, 왜 여당 의원이라고 하는 유승민 의원마저 자신이 몸담은 정당의 정체성 즉 보수가치의 담지(擔持)자여야 할 정체성을 집어던지고 ‘사회적 경제체제’ 어쩌고 하는 좌파노선에 덩달아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지 의아한 노릇이다.
    그러려면 아예 짐 싸들고 ‘진보’ 쪽으로 이사를 가는 게 옳지 않겠는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