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노동자 임금 착취..김일성 시신보관비용 충당
  • 지난 6월 15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벨기에로 떠났습니다. 인천에서 로마를 거쳐 브뤼셀까지 비행시간은 모두 16시간. 출장목적은 미국 국무부가 주최한 EU회원국 간담회 참석인데 제가 겪었던 북한해외근로자 인권실태 증언이었죠.

    서울보다 7시간 느린 브뤼셀의 날씨는 늦겨울마냥 쌀쌀하였고 현지시간으로 월요일 밤늦게 시내 모 호텔에 투숙하였습니다. 다음날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행사장소로 갔죠.

    로비에서 기다리던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에 들어섰습니다. 사각으로 빙 둘레 놓인 회의장 테이블에는 영국, 프랑스 등 10여 개의 나라이름표가 놓였고 그 자리에는 해당국가 대사관 및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앉았지요.

    제 앞에서 낯익은 분이 미소를 보이며 두 팔을 벌리는데 지난 4월 미국 뉴욕의 UN본부 국제회의장에서 뵀던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입니다.

    “어서 오세요. 사랑하는 림 일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로버트 킹 특사님!”

  • ▲ 로버트 킹 미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잔인한 북한당국의 테러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국제무대에 나와서 야만적인 김정은 독재정권을 폭로하는 탈북인사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세계평화의 참된 수호자들”이라고 역설했다.   [사진 = 림일 작가]
    ▲ 로버트 킹 미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잔인한 북한당국의 테러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국제무대에 나와서 야만적인 김정은 독재정권을 폭로하는 탈북인사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세계평화의 참된 수호자들”이라고 역설했다. [사진 = 림일 작가]


    북한당국의 해외노동자 임금착취와 인권유린행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한 북한의 해외노동자 송출은 지금도 진행형이죠. 북한건설인력이 세계 최고의 값싸고 능력이 좋은 것임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제가 북한근로자로 1996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체험한 쿠웨이트 주택건설노동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노예노동이었습니다. 하루 14~15시간 고강도의 노동은 기본이고 한 달에 휴식은 고작 2일, 그것도 반나절씩만 이었지요.

    그러고도 손에 쥔 월급은 한 푼도 없었습니다. 사실 외국고용회사는 북한근로자들의 월급을 꼬박꼬박 주었는데 북한당국 계좌로 자동이체 했던 것이죠. 그 돈이 배고픈 북한주민들의 생활향상에 쓰이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허나 그 돈은 죽은 김일성·김정일 시신보관비용, 동상제작비용, 노동당간부들에게 줄 선물구입비용 그리고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북한주민들 60%가 멀건 죽으로 연명하는데 말이죠. 그러니 국제사회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게 주어진 시간은 20분, 통역 20분해서 모두 40분간입니다. 질의 응답시간을 20분으로 잡았는데 예상보다 많아서 두 배나 늘어났죠. 그만큼 늦게나마 국제사회가 북한의 해외근로자인권실태에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고요.

    저의 세션이 모두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가 저에게로 오더니 다소 안색을 흐리며 “림 일 작가님! 이번 브뤼셀 컨퍼런스에 너무 짧은 시간 주어서 미안합니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열여섯 시간의 비행을 하고 와서 겨우 20분간 마이크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라고 하네요.

    제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로버트 킹 특사님.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잔인한 김정은 독재정권에 짓밟힌 불쌍한 북한주민들의 말 못하는 고통과 심정을 이렇게 국제사회에서 대변할 수 있도록 제게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림일 작가 (전 쿠웨이트 조선광복건설회사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