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대위 참여 극렬 반대했던 초재선 의원 앞에서 쓴소리

이상돈 "이재오 분권형 대통령제, 기능 못한다"

현안에 말 아끼면서도 "한상진,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 걸 보면…"
공천제도 혁신 주장 "동작을 같은 서부활극, 더 이상은…"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5.06.18 17: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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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는 분권형 대통령제 및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상돈 교수는 18일 새정치민주연합 더미래연구소와 더좋은미래가 공동기획한 '이문현답(異問賢答)'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새정치연합 '더좋은미래'는 김기식·김성주·박홍근·우상호·우원식·유은혜·은수미·홍종학 등 22명의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공부 모임이며, '더미래연구소'는 지난 2월말에 개소한 '더좋은미래'의 정책연구소다.

더좋은미래의 책임운영간사를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이문현답은 초재선 진보적 성향의 의원들이 그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들의 전반적인 의식을 살피면서 수권하기 위해 무엇이 부족했고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리"라며 "다른 시각,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 이상돈 교수가 가장 귀감이 될만한 말씀을 전해주실 것"이라고 소개했다.

4·29 재보선 전패를 계기로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의 전망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된 새정치연합 초재선 의원들이 발상의 전환을 위해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었던 이상돈 교수를 초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상돈 교수가 지난해 10월 무렵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초빙을 받고 새정치연합과 인연을 맺을 뻔 했을 때, 이를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던 것이 당내 초재선 의원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상돈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개헌·선거구제 개편·공천제도·비례대표 등 정치 제도의 큰 밑그림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주로 의견을 피력했다. 현안인 새정치연합 혁신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제왕적 대통령제, 내치에 있어서는 성립할 수 없는 주장"

이상돈 교수는 "미국에서는 헌법 200주년이었던 지난 87년에 4년마다 한 번씩 대선을 치르고 2년마다 한 번씩 총선을 치르다보니 선거가 너무 많다며 이것을 6년 단임으로 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처럼 다른 대안들도 결점이 있기 때문에 5년 단임제로 당분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이야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기능할 수 없는 정부"라며 "바이마르 공화국 때도 그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독일의 전간기(戦間期) 체제였던 바이마르 공화국은 대통령을 국민 직선으로 선출하되, 의회에서 다수당이 배출하는 수상이 국정을 맡는 분권형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잡다한 정당들이 난립하면서 의회에서 다수당 구조가 잘 형성되지 않고, 전쟁영웅으로 인기가 있었던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붕괴됐다. 결과적으로 나치당 독재의 길을 열어젖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또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은 책 제목"이라며 "미국의 대통령 권한이 전쟁과 외교에 있어서 헌법의 틀을 벗어났다는 것이지, 내치에 있어서 대통령 권한이 크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전쟁 시기 미국 대통령들이 선전포고 없는 전쟁을 수행하고 강화 협상을 하면서, 외교와 전쟁에 있어서 의회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자,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 2세가 이를 가리킨 용어가 '제왕적 대통령'이다. 현재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제왕적 대통령'은 내치와 관련된 주장이어서 성립할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이상돈 교수는 "개헌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다른 대안들도 각기 장단점이 있다"며 "그런 논쟁은 대단히 소모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대선거구제, 대통령제와 부합하는지 의문"

이상돈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대선거구제 개편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제5공화국 시절 선거구당 의원 정수가 2명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소선거구제가 국민의 뜻을 잘 전달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중선거구제를 하자는 것은 5공식 여야 동반 당선을 꿈꾸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 이야기가 여당에서 나오는 것은 좋은데 야당에서 나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수도권에서는 전부 여야 1명씩 당선될테고 호남에서는 새정치, 영남에서는 새누리인데 그러면 항상 (새정치가) 소수당이 된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의원내각제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대통령제와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런 논의는 잘못된 것이고, 당분간 우리나라는 현행 제도를 존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은 "2인의 중선거구제가 아닌, 4인 이상의 대선거구제로 개편하면 현재의 여야 양당 구도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상돈 교수는 "4인 선거구가 대통령제와 부합하느냐의 문제"라며 "바이마르 공화국이 망하고 나치가 대두한 것은 다당제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다당제 때문에) 항상 연립을 하다보니 우경 정당이 자신들이 얻은 표보다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이런 논의보다는 공천 제도 개혁이 더 중요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회찬, 치킨게임 벌여… 동작을 같은 서부활극, 있을 필요 없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이상돈 교수는 공천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돈 교수는 "TK 지역에서 보면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을 뽑을 때 '이런 사람을 왜 냈느냐'고 욕을 하면서도 1번을 찍는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과 국회의원에 대한 희화화를 부르는 뿌리가 공천에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나라 정당은 영남패권과 호남패권이 있어 공천만 하면 당선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당원·대의원 경선을 하는데, 당원과 대의원을 확보하는 게 지역구 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다보니 자기가 확보해서 자기가 후보가 되는 순환적인 구조가 돼버린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과거처럼 당 지도부가 내리꽂는 하향식 공천을 하는 것도 어렵다"며 "정당 구분이 없는 한 개의 투표용지를 사용해 최다 득표자 두 사람을 결선에 올리는 톱투 프라이머리가 좋다"고 제안했다.

그는 주장의 논거로 지난 7·30 재보선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서울 동작을 공천을 예로 들었다. 당시 동작을 보궐선거에서는 허동준 지역위원장 대신 기동민 후보를 내리꽂았다가, 다시 기동민 후보가 정의당 노회찬 후보에게 양보하는 촌극이 빚어졌었다.

이상돈 교수는 "노회찬 후보는 연고도 없으면서 지명도가 높으니까 '나를 야권 후보로 하지 않으면 내가 나가서 다 떨어뜨리겠다'는 치킨 게임을 벌였다"며 "(톱투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동작을에서 발생했던 서부활극 같은 일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은 공천받는 게 지겨워서 안 하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은 끝내 그 문턱을 넘더라"며 "그 공천이라는 문턱을 없애주는 게 한국적 현실에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은 "톱투 프라이머리는 진보정당의 설 자리를 잃게 하는 제도가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러나 이상돈 교수는 "지금 소선거구제를 하기 때문에 양당 우세의 정치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답했다.

◆현안에 말 아껴… "한상진,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 걸 보면"

이상돈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상당히 많이 자리해 있었음에도 비례대표제에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인명진 목사가 한나라당 시절 윤리위원장을 했는데 '18대 비례대표 의원들 나와서 자신이 어떻게 비례대표 후보가 됐는지 말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투명한 과정 속에서 (비례대표를) 몇십 명씩 뽑아야 하느냐"며 "유권자들이 사람을 알고 찍을 수 있도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신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시절 있었던 이른바 '혁신'이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중에 자기 스스로 물러난다는 사람은 없더라"며 "홍사덕 의원만 스스로 포기했는데, 사실 대구에 또 나온다는 것은 면목 없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총선이 워낙 급박해서 이의를 제기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막 굴러가다가 (혁신이) 성공했다"며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으니 국회의원을 쉬고 뭐가 안 되더라도 (정권을 잡고나면) 뭐라도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주구장창 남았는데 지금 그런 것(혁신)이 새정치연합 여기에서 가능할지 회의감이 든다"며 "그 때는 급하니까 어 하면서 묻어간 것이고, 그런 일은 한국정치사에서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상돈 교수는 이외에 구체적인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새정치연합이 혁신의 몸부림을 하고 있는데 '새정치연합이 이것만은 확실히 혁신한다면 나도 표를 던지겠다'는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는 김기식 의원의 요청에 "유권자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당을 찍는다"는 원칙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왜 새정치연합에서는 혁신이 안 되는지 쓴소리해달라"는 남인순 의원의 질문에도 "총선이 다가오면 결국은 사람 경쟁"이라며 비껴갔다.

다만 이상돈 교수는 "내가 새정치연합의 내부 속사정을 잘 알 수는 없지만, 한상진 위원장이나 이런 분들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난 것을 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다"며 새정치연합 내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속내를 얼핏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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