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길이 278km 운하 건설하면 GDP 2배 될 것” 주장…원주민 “갈 곳 없다” 반발
  • 지난 14일 니카라과 후아갈파에서는 농민, 원주민 등 1만 5,000여 명이 모여 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美퓨전넷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4일 니카라과 후아갈파에서는 농민, 원주민 등 1만 5,000여 명이 모여 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美퓨전넷 보도화면 캡쳐


    친미 성향 국가인 파나마가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에 나설 무렵, 중국의 한 IT사업가가 니카라과 정부와 협상해 길이 278km의 대규모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설공사가 진행되면서 니카라과 국민들은 “나라를 中공산당에 팔아먹을 거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니카라과 후이갈파 등에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농민, 원주민 등 1만 5,000여 명의 시위대가 국기를 흔들면서 ‘니카라과 운하 건설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중남미 언론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中업체가 건설 중인 운하는 중미 지역의 상수원인 니카라과 호수와 주변 열대우림, 40여 개의 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이에 따라 환경이 파괴되고 결국 3만여 명의 원주민과 농민 등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운하 건설에 거세게 반대했다고 한다.

    국제환경단체들도 시위대가 中업체의 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것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니카라과 정부는 ‘고용창출’ 등을 이유로 운하 건설 지역에 사는 원주민과 농민의 주장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中업체의 운하 건설을 통해 25만여 명의 직·간접적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운하 건설 이후에는 파나마 운하보다 더 많은 수익 창출을 통해 GDP가 현재의 2배에 이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최근 멕시코만 연안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와 콘덴세이트 등의 동아시아 수출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점, 파나마 운하는 25만 톤급 이상의 LNG 운반선이 지나갈 수 없다는 점, 파나마 운하가 파나마 재정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오르테가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이런 ‘국가적 이익’을 내세우며, 운하 건설지역의 환경영향평가나 수몰지역 주민 이주대책 등은 외면하고 있어 농민과 원주민, 환경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가 운하 사업에 中업체의 손을 빌리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막대한 공사비 때문. 500억 달러에 이르는 공사비는 中IT업계 거물인 ‘왕징’이 모두 떠맡기로 했다. 왕징은 대신 ‘니카라과 운하’가 완공되는 2020년부터는 이 운하를 50년 동안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 中IT 사업가 '왕징'이 건설 중인 '니카라과 운하'의 지도. 파나마 운하보다 길이와 폭이 몇 배나 된다. ⓒ美공영라디오 NPR 보도화면 캡쳐
    ▲ 中IT 사업가 '왕징'이 건설 중인 '니카라과 운하'의 지도. 파나마 운하보다 길이와 폭이 몇 배나 된다. ⓒ美공영라디오 NPR 보도화면 캡쳐


    왕징은 “니카라과 운하 사업은 내가 개인 자격으로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의 배후에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는 집권 이후 좌파 정부가 집권 중인 중남미 국가들을 방문하면서 이 지역의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 등에 큰 관심을 보인 바 있어서다. 왕징이 5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점도 이런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한편 2020년 완공될 ‘니카라과 운하’의 경쟁 상대인 ‘파나마 운하’는 스페인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 2016년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파나마 운하에서도 길이 366m, 폭 49m, 배수량 25만톤 급의 대형 LNG 운반선이 지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