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불끄고, 플래카드 철거하고… 엉성한 워크숍에 불안감 고조
  • 새정치민주연합이 6월 2~3일 이틀간 양평군 진평면에 위치한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6월 2~3일 이틀간 양평군 진평면에 위치한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내홍으로 신음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워크숍으로 국면 전환을 도모했지만 당내 분열양상만 커진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워크숍 일정 중 무제한 끝장토론이 없었던 것에 대해 "부글부글 끓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도 마무리 발언에서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과없는 행사였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단결과 변화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자당 의원들 간의 긴장 관계와 진행과정의 엉성함이 종종 눈에 띄었다는 게 새정치 내부에서 나오는 솔직한 평가다.

    문재인 당대표 선출 이후 처음 가진 새정치민주연합 워크숍은 양평군 지평면에 위치한 가나안농군학교에서 2일과 3일 양일간 진행됐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워크숍에서 〈단결과 변화, 민생총력국회〉라는 주제를 내걸었지만, 이같은 슬로건과는 반대로 각종 불만을 표출하며 불협화음을 내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가장 강하게 반발한 이는 비노로 분류되는 박지원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무제한 끝장토론을 통해 처절한 반성, 치열한 논쟁, 멱살잡이 싸움이라도 해서 미래로 가도록 해야 했음에도, 원탁회의라는 미명으로 토론을 봉쇄했다"며 "적당히 넘기면 우리는 분당의 길로 더 큰 패배의 길로 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공세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문 대표는 워크숍 시작 인사말로 “계급장을 뗀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다시 하나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를 겨냥한 듯 "모두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계급장을 떼는 의원이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워크숍.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워크숍.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친노 의원들도 불만은 있었다. 이들의 감정이 가장 격해진 때는 첫날 비공개로 진행된 '4·29 재보궐선거 평가 및 향후 정국전망' 직후였다. 혁신위원회 김상곤 위원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상곤 위원장이 의원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하는 과정에서 중진을 맡고 있는 한 친노계 의원은 "무슨 당대표 출마하냐"라며 간접적으로 인신공격을 했다. 주변 의원들도 이에 수근거리며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저녁 김상곤 위원장이 기자들의 식사 장소를 방문해 인사할 때도 한 친노 의원은 〈뉴데일리〉취재진에게 "분석해보라, (김상곤 위원장이)지금 여길 왜 와서 저러고 있는지.."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취재진이 "김 위원장이 온 게 불편하신가"라고 묻자 해당 의원은 "우리 죽이려고 온 사람인데 어떻게 반가울 수 있나"라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계파별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계속됐다. 식당 앞 잔디밭에서 서로 섞이지 못한 채 끼리끼리 모여있던 것이다.

    정세균 의원은 윤호중 의원과 시간을 보냈으며, 범친노로 구분 가능한 민평련의 설훈, 정세균계의 이미경, 친노인 노영민 의원등도 한 자리에서 담소를 나눴다. 이와 달리 비노인 박지원 의원은 홀로 잔디밭을 서성였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던 주승용 의원도 홀로 기자들과 자리할 뿐이었다.

     

  • 최근 갈등을 일으킨 주승용 최고위원(오른쪽)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원탁회의에서 나란히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 최근 갈등을 일으킨 주승용 최고위원(오른쪽)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원탁회의에서 나란히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의 만남에서도 어색함은 이어졌다. 워크숍에 뒤늦게 합류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3일 진행된 원탁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과 한 조에 배정돼 옆자리에 앉았지만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둘은 발언하면서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등 조 구성원들까지 민망해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작 의원들의 속내는 변한 게 없음에도 단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졸속 행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의원들간의 갈등 뿐 아니라 워크숍 진행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 새정치연합이 맞춤법이 틀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 새정치연합이 맞춤법이 틀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새정치연합측이 준비한 플래카드의 문구는 맞춤법이 틀렸고, 의원들의 농촌체험 장소 인근에선 현지 주민이 불법 소각을 하는 등 워크숍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다.

    자당의 단결 의지를 과시하려는 듯 대강당 한 쪽 벽면에 설치한 플래카드에는 '하나가 되야하고 하나가 되면 이긴다!'라고 적혀있었다.〈되야(X) 돼야(O)〉 뒤늦게 문제를 발견한 새정치연합측은 플래카드를 급히 철거했다.

    농가에서 불법 소각을 하던 주민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도착하기 직전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부랴부랴 소화시키기도 했다. 의원들을 안내하던 지역 관계자가 시커먼 소각 연기를 발견하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농촌체험을 진행한 배밭 인근 농가에서 불법 소각이 이뤄졌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농촌체험을 진행한 배밭 인근 농가에서 불법 소각이 이뤄졌다.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이 같은 워크숍 분위기에서 110여 명의 의원들이 1박 2일동안 당내 문제를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재인 대표도 워크숍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나갈 때는 하나로 일치가 되는 것이 이번 워크숍의 목표였는데,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음에 계속 기회를 가지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