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되더니 주례회동 중단, 하라는 협상은 안 하고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치인의 말의 품격은 곧 그 나라 정치의 품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조선호텔에서 열렸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일대기 '불꽃' 출간기념회에서 "JP의 정치는 지금처럼 상대를 무시하고 막말과 독설을 내뿜는 삭막한 정치가 아니라, 포용과 깊이, 재치와 풍류의 정치였다"며 요즘 정치인들의 말의 품격이 땅에 떨어진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치인의 말의 품격이 마침내 바닥에 닿았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정운찬 전 총리 뿐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권에서도 비중 있는 인사들의 경망스런 언행에 혀를 차고 있다. 그 선두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근 언행을 지켜보노라면 야당의 품격과 국회의 품격, 정치의 품격도 모자라 나라의 품격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반박하며 "너무 호들갑 떨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견제가 속성인 야당의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반응을 비판할 수는 있다. 지난달 29일 새벽에 자신이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켰는데, 그에 대한 대통령의 비판에 곧바로 수긍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뉴스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물을 담아내는 그릇이 문제다. 번번이 내용물을 접하는 국민들이 다칠 수도 있는 깨진 질그릇에 자신의 말을 담아내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의 호들갑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의 호들갑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말씀은 격이 있어야 울림이 있다"며 "국민의 지지를 얻어 선출된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을 폄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호들갑' 발언이 단발성 덜컥수가 아니라는 것은 그의 '막말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008년 10월 국회 문방위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도중 "장차관과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은 이명박의 휘하 졸개들"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강만수 기재부장관을 향해 "장관이 시장에 나타나면 재수없다고 그런다"며 "초등학교 5학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장관을 장관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막말'을 해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2012년 8월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신분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공천)장사의 수지 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간다"며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며 "사소한 표현에 매이지 말라"라고 되레 훈계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튿날에는 "아이폰의 오타"라고 바꿔 해명하기도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경기고 동기동창인 노회찬 전 의원조차 "무조건 엎드려 빌라"고 잘못을 지적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유감을 거듭 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박근혜 의원을 시대적으로 극복해야 할 책무를 가진 지도부로서, 이번 실수가 물타기의 빌미가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궤변성 망언과 오락가락 해명으로 불신과 질책만 높아지자, 결국 다음날 "본의가 아닌 표현으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거듭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신중한 언행으로 활동하겠다"고 백기를 들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막말 퍼레이드를 보노라면 과연 이 때 정말로 뭔가를 깨닫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지난달 31일 광역자치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요새 공무원들은 헌법 공부도 안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을 닮아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2일의 '호들갑' 발언까지, 국회에 130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서의 품격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했다가 다시 오타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물의를 빚자 "'호들갑 떨지 말라'는 말은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는 말의 순수한 우리말로 예쁜 말"이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안 하느니만 못한 변명과 수습이다.

    그렇게 원내대표가 하고 싶어서 당내 경선을 4수까지 하고, 심지어 "이번에 떨어지면 자살해 죽을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이자 협상 대표인 원내대표가 돼더니, 주례회동은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하라는 협상은 안 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막말만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은 야당 원내대표가 더 이상 정치의 품격을 넘어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막말을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수 년간의 이종걸 원내대표의 막말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그가 의정활동을 시작할 때의, 그리고 원내대표에 도전할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