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관련 논란·야당의 정치적 이용 우려 미리 내다보기도
  • '신(臣)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다(今臣戦船 尚有十二).'

    흡사 이충무공(李忠武公)이 명량 해전을 앞두고 상주했듯이, 지난달 29일 새벽에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열두 명의 국회의원이 있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연계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든 정국을 내다봤음일까. 이들 열두 명 의원의 혜안은 혼란스런 정국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의 후폭풍을 당청 갈등 그리고 여당내 계파 갈등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300명의 의원 개개인이 모두 독립된 헌법기관이듯이, 그날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의 한 표를 던진 의원들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소신과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뉴데일리〉는 그날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 투표한 새누리당 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과 김도읍·김재원·김진태·김태흠·김현숙·박대출·송영근·윤상현·여상규·주호영 의원과 연락을 취해 반대표를 던진 소신을 들어봤다. 김재원 전 원내수석부대표 등 일부 의원은 해외 체류 등의 사정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통화 연결이 된 의원은 김태흠·김현숙·박대출·송영근·여상규·윤상현 의원이다.

  •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태흠 "유승민 협상 태도 동의 못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책임져야"

    "첫째는 삼권분립 훼손으로 위헌성 논란이 있다고 하는 율사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험성에 대해서 인식을 했다.

    둘째로는 상위법인 법률과 하위법인 시행령 간의 이해 충돌이나 상충이 크게 문제가 돼서 국회법 개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관련해 (특조위의) 일개 과장 인사 문제를 가지고 야당이 들고 나온 것 아니냐. 그 부분에서 질질 끌려다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협상 태도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졸속으로 합의를 해서 법안을 개정한다는 것에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려했던 부분이 지금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유승민 원내대표가 '강제성이 없으니 위헌성이 없다'고 하지만, 오늘(2일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법제처장이 위헌이라고 하는데, 혼자만 벌거벗은 임금님도 아니고,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책임 있는 자세를 내가 촉구한 것이 아니냐. 방법은 다양한데, 협상 대표로 나섰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을 보여야겠다."

  • ▲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현숙 "상임위에서 위헌성 논의 중인 법안, 트레이드할 수 없어"

    "우선 공무원연금법과 연관도 없는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 (처리)한다는 것에 반대였다.

    운영위 제도개선소위 속기록을 봤는데 논란이 있어서 계류된 사안이더라.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은 사안을 바터 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위헌이다, 삼권분립 위배다 라고 법조 출신 의원들이 말씀하시는데 사실 그건 나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였고, 다만 김도읍 의원이 (5월 1일에 운영위 제도개선소위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야당도 어느 정도 수긍해서 계류시키기로 했던 것인데 그걸 어떻게 (본회의에서) 처리를 하겠느냐.

    그 내용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고, 강제성이 있느냐 없느냐 논란이 있는데 그 부분은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이니까 법조인이 아닌 나로서는 법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은 좀 조심스러웠다. 다만 위헌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소관 상임위에서, 소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법안을 어떻게 (본회의에) 갖고 오느냐.

    일단 공무원연금법이 아무리 급해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법을 트레이드하는 것은 문제다. (트레이드 대상이 된) 그 법이 예를 들어 (시행)해도 문제가 없는 굉장히 심플한 법이거나, 소관 상임위에서 이미 다 결론이 나서 법사위에 보낸 법이라면 모를까, 그렇다면 좀 다르지만 그런 경우도 아니지 않느냐."

  • ▲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대출 "야당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구나 싶었다"

    "이것은 계파 갈등 그런 문제가 아니고, 당 내부에서도 서로 시각이 다르듯이 자칫하면 이 문제를 야당에서 정치적으로 많이 이용을 할 수가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 있어서 그랬다(반대했다).

    내가 볼 때는 이 문제를 가지고 야당이 국회를 많이 흔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국회에서 야당이 앞으로 이것을 빌미로 삼겠구나,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많이 이용할 소지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국회선진화법도 어떤 면에서는 물리적인 국회를 이렇게 (순화)하는 순기능을 했지만, 제도로서도, 또 문화로서도 국민들이 더 이상 의회에서 폭력이 벌어지는 폭력 국회를 용인하지 않음으로써 순기능은 달성이 됐다. 의회주의가 작용하고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는 그런 국회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너무 역기능과 부작용이 커서 야당 내에서도 역지사지로 봐야 한다는 양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지경이다."

  • ▲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송영근 "유승민의 어려움, 알아주지 않는 야당에 준엄한 경고"

    "내 소신은 공무원연금법을 통과시키는데, 처음에는 국민연금이다 뭐다 해서 계속 이유를 바꿔가며 발목잡기를 해왔잖느냐.

    그러다가 나중에 국회법 개정안까지 나오게 됐다. 나는 이런 식의 입법 활동은 옳지 않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이런 식으로 법률안을 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 공무원연금법과 이것을 연계시켰느냐. 앞으로도 이런 것이 계속 나오게 되면 비능률적인 국회가 돼 버리고 만다. 앞으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한 마디로 법을 제정하기 위해 다른 것을 발목잡고 들어오는 야당의 행태는 옳지 않다.

    또, 우리 유승민 원내대표가 하루 종일 밤을 새워가면서 협상을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참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여당 의원들을 간신히 설득해서 이 법을 만들게 됐는데, 그런 어려움을 야당도 알아야 한다, 그런 뜻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 야당에 준엄한 경고를 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관행이 나오는 것은 옳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원내대표가 상당한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켰다는 것을 저쪽 당에 알리는 그런 뜻이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 그렇게 어려움을 겪게 한 것을 보라는 말이다. 야당에서는 반대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더라. 기권도 별로 없잖느냐.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하고,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 ▲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 ⓒ뉴데일리 사진DB
    ▲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 ⓒ뉴데일리 사진DB

    ◆여상규 "강제성 있다면 행정부·사법부 권한 침해 소지 있어"

    "이미 다 알려져 있겠지만, 내가 의원총회에서 반대를 제일 먼저 했다.

    두 가지 점이다. 위법 명령·규칙 심사권은 대법원의 권한이 아니냐. 그것을 국회에서 정부에 시정 요구를 하려면 국회에서 심사를 하게 되지 않겠느냐. 그런데 그것은 대법원의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그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대법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요소, 소지가 있어서 우선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국회에서 행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것이 아니냐. 명령·규칙,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위법하다고 시정을 요구하면 그것은 행정부에서 조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당연히 행정부는 행정입법권이 있는데 그것을 국회에서 국회의 의사대로 조치를 강요하는 셈이 되니까 행정입법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사법부의 위법 명령·규칙 심사권을 침해하고, 행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에서 행정부에 권고 내지는 통보하는 것까지는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법심사를 한 것은 아니고,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로서 행정부에 보내는 것이니까 대법원의 위법 명령·규칙 심사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행정부에 강제하게 되면 두 가지 권한, 행정부의 권한과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한 것이다.

    강제성이 없다고 하면 행정입법권 침해도 아닐 뿐더러 법원의 위법 명령·규칙 심사권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권고하는 것이니까, 권고하는 정도라면 괜찮다."

  • ▲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윤상현 "원칙 없는 절충주의가 낳은 입법 사고… 국회전횡법"

    "삼권분립 원칙의 훼손이고 입법권의 남용이다. 여야 합의라도 헌법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것은 한 마디로 원칙 없는 절충주의가 낳은 입법 사고다. 그렇기에 반대를 했다. 이것은 국회선진화법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인 위헌 요소를 담고 있는 국회전횡법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사실상 행정명령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강제성을 띈 것이 아니냐.

    우리가 식물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야당이 매번 막지 않느냐. 그럴 때 정책의 우회 통로가 시행령이다. 경제정책 추진의 우회 통로가 시행령인데, 결국 이것까지 사사건건 야당이 반대하게 되면 결국은 식물정부까지 만들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것은 원천적으로 처음부터 반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