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한․미 연합 '통합 대잠전훈련' 돌입
  • 최근 북한이 SLBM(잠수함 발사 탄도탄) 사출시험에 성공하면서 이를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 대응하는 대(對)잠수함 작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사전에 적 잠수함을 탐지·추적한다면 원천적으로 차단이 가능하다.

    해군은 대잠작전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지난달 30일부터 닷새간의 작전사령부급 대규모 통합대잠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은 훈련 3일차인 1일, 제주도 동쪽 340km 해역에서 이지스 구축함 2척을 포함한 함정 12척과 209급 잠수함 2척 및 한-미 해군의 항공전력이 훈련하고 있는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 이번 훈련은 지난해 우리 해군이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서 이지스함을 이끌고 美항모강습단을 지휘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반영해, 육·해·공·수중 전투상황을 상정한 ‘복합전 지휘절차’ 훈련으로 이뤄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우리해역에 대한 3차원 해저 지형도 구축사업이 완료되면서, 대잠전을 수행하는 작전부대 및 함정에서 3차원 해저 지형도가 활용된다는 점도 이전 훈련과의 차이점이다.

    이날 훈련을 지휘한 해군 제7 기동전단장 남동우 준장(진)은 “대잠수함전은 초기 탐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항공세력에 의한 잠수함 탐지능력이 (잠수함 탐지에)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남 단장은 “대잠작전은 탐지구역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북한의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초기에 탐지, 격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날 해군이 취재진에 선보인 통합대잠훈련도 '잠수함 잡는 해상초계기' P-3CK 오라이언의 초계활동으로 시작됐다.P-3CK는 P-3C의 최신 기종으로 IR(적외선Infra-Red)센서와 EM(전자기Electro-Magnetic)센서를 통한 해상초계 임무가 기본이다.

    잠수함이 부상하거나 잠항시 내뿜는 물의 온도 차이를 통한 감시와 적 함정이 통신을 할 때 나오는 전파를 추적하기도 한다.이날 출동한 P-3CK는 함정 등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지역이 확정된 구역을 중심으로 저공비행을 하면서, 꼬리부분에 달린 MAD(Magnetic Anomaly Detectors, 자기변형탐색기)를 통해 잠수함 수색을 실시했다.

  •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긴장감이 넘쳤다. 수면 위를 날던 P-3CK가 적 잠수함을 탐지한 뒤 그 사실을 지휘함 함교에 통보하면서 훈련은 절정에 달했다.

    “적 잠수함으로 판단되는 수중물체 접촉”, “000도 0마일, 적 잠수함으로 판단됨”지휘함과의 교신 뒤 P-3CK는 150m 상공으로 낮게 날며 경계비행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통합대잠전을 지휘하고 있는 7,600톤급 이지스함 ‘서애류성룡함’의 함교에서는 ‘전투배치’ 명령이 내려졌다. 본격적인 대잠수함전 (훈련)상황에 돌입한 10여 척의 함정들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일사 분란하게 대형을 바꾸면서 고난이도의 기동훈련을 전개했다.

    이어 서애류성룡함 뒤를 따르던 3,200톤급 구축함 양만춘함에서 해상작전헬기 '링스'가 긴급 이륙해 P-3CK가 알려준 지점으로 이동해 디핑소나(가변심도소나)를 투하하고, 잠수함의 위치를 최종 확인했다.

  • 링스가 확인한 정보는 서애류성룡함 내 전투지휘실(CCC:Combat Command Center)로 전송돼, 실시간 분석이 이뤄졌다. 분석작업을 마친 류성룡함은 양만춘함에 폭뢰 투하명령을 내렸다. 양만춘함 선체가 기우뚱하며 크게 선회하는가 싶더니, 30노트(시속 55km)의 고속으로 서애류성룡함과 나란히 대잠진형을 갖췄다.

    “양만춘함 폭뢰투하 준비완료!”

    당직사관외 외침과 거의 동시에 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폭뢰투하!”장병들의 함장의 명령을 복창하면서 양만춘함에서 적 잠수함을 겨냥해 MK-9 대잠폭뢰가 투하됐다. 잠시 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물기둥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 훈련의 마지막은 P-3CK가 맡았다. P-3CK가 폭뢰에 피해를 입은 적 잠수함을 확인하고, 예상 위치에 ‘마린마커’라고 불리는 섬광탄을 투하했다. 마린마커는 불꽃과 연기를 내뿜으며 잠수함이 있는 위치를 표시했다.

    P-3CK가 마린마커 쪽으로 MK-82 대잠폭탄 2발을 투하했고 적 잠수함은 격침됐다. 적 잠수함 격침으로 이날 훈련은 모두 종료됐다. 대잠폭탄은 잠수함이 물위로 부상했을 때 사용한다. 즉, 폭뢰에 피해를 입고 긴급 부상한 적 잠수함에 항공전력이 대잠폭탄을 투하하면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이다.

    대잠작전은 매우 힘든 해군훈련 중 하나로 꼽힌다. 수중에 숨어있는 잠수함을 잡아내는 일은 흔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로 비유되곤 한다. 이 때문에 초계기의 임무는 매우 중요하다.이번 훈련에는 美 해군의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도 참여했다.

    P-8은 P-3보다 빠른 최고 900km/h에 달하는 속도를 내며, 탄화수소센서가 있어 디젤잠수함 탐지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다.우리해군도 입체적 탐지가 가능한 최신형 P-3CK를 보유하고 있지만, CK기종은 우리 군이 보유한 해상초계기 16대 중 절반인 8대에 불과하다.

  • ▲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미해군
    ▲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미해군

    해군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대잠전 대비태세를 강화해 왔다. 특히 훈련분야에서는 통합 대잠전훈련을 비롯해 한미 연합 및 한국해군 단독 대잠전 훈련 횟수를 천안함 이전 대비 대폭 늘렸다고 한다.이번 통합대잠훈련은 그런 의미에서 주·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수중에 숨어있는 잠수함을 찾아내거나 천안함 피격처럼 적 잠수함이 우리함정을 상대로 한 은밀한 공격에 대비하는 훈련이 실시됐다. 소음이 적은 것으로 유명한 해군 209급 잠수함이 대항군으로 참여하는 것도 우리군의 대잠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다.

    이날 훈련을 마친 해군 장병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수상·수중 어떠한 형태로 우리영해를 침범하는 적은 반드시 끝까지 추적해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사진=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