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파월 장병은 전투수당 지급대상 아냐, 더 큰 규모의 보상 했어"
  • ▲ 미망인들이 28일 국회 앞에서 농성 중 제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미망인 3명은 남편의 망일을 맞았다. ⓒ월남 참전자 전국미망인회 제공
    ▲ 미망인들이 28일 국회 앞에서 농성 중 제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미망인 3명은 남편의 망일을 맞았다. ⓒ월남 참전자 전국미망인회 제공

     

    월남전이 종전된지 40년이 흐른 2015년, 전투수당 지급문제를 두고 '월남 참전자 전국미망인회'와 국방부가 대립하고 있다.

    파월 장병들에게 전투생명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대한 입장차다. 미망인들은 남편의 희생과 관련해 응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파월 장병은 전투수당 지급 대상이 아니며 그 보다 더 큰 액수의 해외파병수당을 이미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의원들은 양측의 이같은 갈등을 두고 지난 2014년 전투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골자의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투수당 지급문제가 재주목되는 양상이다.

    월남 참전자 미망인회 회원 45명은 현재 국방부 정문에서 농성을 벌이며 전투수당 지급을 보장하는 미망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지급한 월남전 전투생명수당 41억 6000만 달러 중 39억 7800만 달러를 정부가 강제로 국고화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이 받아야할 수당을 국가가 당시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미망인들의 주장에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 ▲미국이 참전수당을 약속한 브라운각서 ▲'전시에 전투 종사자에 대해 전투근무수당을 지급한다'고 명시된 구(舊) 군인보수법 ▲지난 2012년 주월 한국군 제2대 사령관인 이세호 대장의 강연 내용(이세호 대장은 당시 미국으로부터 받은 전투수당의 500% 중 50%만 병사들에게 주고 나머지 450%는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포스코 개발 등에 투입됐다고 발언) 등이다.

    이들이 전투수당 지급을 요구한 지는 3년 반, 앞서 미망인 부산지부 회원들과 창원 회원들로 구성된 이들 집회단은 지난 2013년 7월 18일 월남전 위령제에서 만나 모임을 형성했다. 미망인회는 이후 서울 보훈처를 방문해 자신들을 '미망인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전투수당'이라는 수당 지급 항목을 알게됐으며, 지난 5월 11일부터 18일 동안 국회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 29일 부터는 국방부 앞으로 집회장소를 옮겨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70~80대 할머니인 미망인회 회원들은 지난달 28일 〈뉴데일리〉취재진과 만나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여기서(농성장) 죽을 것"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그들은 "우리는 그 동안 폐지 수집과 식당 근무, 화장실 청소 등으로 생활했다"며 "남편이 살이있을 때도 병든 상태여서 돈을 다 소진했다"고 절박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 ▲ 국방부. ⓒ뉴데일리 사진 DB
    ▲ 국방부. ⓒ뉴데일리 사진 DB

     

    그러나 미망인들의 요구가 관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곤비한 생활에 처한 것은 안타깝지만 전투수당을 지급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군인보수법에 의한 전투근무수당은 국내에서의 소요에 참전한 분들께 드리는 것"이라며 "파월 장병들은 지급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남전에 갔던 분들께는 그 당시 해외파병수당을 신설해서 전투수당보다 더 큰 규모로 이미 지급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전투근무수당은 병사 봉급의 30%정도였으며 해외파견근무수당은 봉급의 200~400%(병장 기준 일급 1.8$)다.

    관계자는 봉급의 일부만 지급하고 경제발전에 사용했다는 이세호 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당시 해외 근무수당의 1/10은 현지에서 사용하고 9/10는 한국에 가족에게 송금해서 생계에 도움이 되도록한 것"이라며 "이런식으로 한국에 유입된 외화자금이 경제 건설에 도움이 됐다는 취지이며 수당을 덜 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이 양측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새정치연합 일부 의원들이 사태에 개입해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춘진 의원을 비롯한 13명이 지난 2014년 '월남전 참전군인의 전투근무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면서 부터다.

    김춘진 의원 이하 12명은 전투수당 지급 이유에 대해 "당시 정부는 하위 법령의 제정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월남전 참전군인에게 전투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며 파월 장병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이들 13명 의원들은 발의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국가가 자유의사에 반하여 전쟁에 참여토록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정당한 보상의 수급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수 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은 당시 이렇다할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법안처리가 계류된 채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미망인회가 거리 농성을 시작하자 발의 의원 중 한 명인 백군기 의원이 다시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다.

    백 의원은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거 정부가 외면한 월남전 참전자들의 노고를 지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국방부는 이를 반대하고 있는데,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주길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백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일부 의원들은 감정만 앞설 뿐 앞뒤 상황을 무시하는 것 같다"며 "국가가 법률에 따라 보상했음에도 미망인들의 안타까운 실정에만 매몰돼 그릇된 행동을 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망인들을 위로하고 도와줄 수 있는 주체는 민간 사회단체"라며 "이같이 어려운 자들을 위한 기부와 봉사의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형성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