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연계시켜서 국회법까지 개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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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적 국회>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회법 개정안.

    여야 정치권이 정부의 시행령을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1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빌미로 정부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술수(術數)에 손뼉을 마주친 새누리당을 향해 준열한 일갈을 던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수용에 대한 거부권을 시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공무원연금법 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했는데,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

    가뜩이나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民生) 법안조차 정치적 사유로 통과가 되지 않아서 경제살리기에 발목이 잡혀 있고,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조차 전혀 관련도 없는 각종 사안들과 연계시켜서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그리고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는데,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의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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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새누리당은 합의(合意)를 명분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측과 함께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한 후 지금까지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법안 때문에 19대 국회 제출법안 중 11.3%만이 통과됐다. 뒤늦게 새누리당은 이 법안이 과반출석 과반찬성을 의결 요건으로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졸속(拙速)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에 새누리당이 또 다시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길을 택했다는 지적이 많다. 바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장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친박(親朴), 비박(非朴)을 가릴 필요도 없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도 위헌 논란이 제기돼 배제됐는데 위헌 소지에 대한 모든 과정과 우려를 배제하고 (처리)된 것은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국가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고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 김진태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소지가 아주 많은 법으로서 3권분립의 기초를 흔들 수 있으며, 국회 만능주의와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지나친 간섭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미 야당과 결탁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저희들 입장은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연일 뜬구름 잡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청(黨靑) 갈등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마음 아프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한 말씀 드리겠다. 참고 참다가 이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는 "최고위는 원내대표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는데 협상 결과가 늘 당청 간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공무원연금도 그렇고 시행령도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죄송하지만 개인적 소신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게 지금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저는 원내대표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라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라고 본다. 이런 부분들을 한번 더 깊이 있게 새겨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