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시행령 시정요구하는 국회법 개정안… 朴대통령 "받아들일 수 없다"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왼쪽)이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청와대와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왼쪽)이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청와대와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이후 당청 갈등이 심화됐다"며 청와대와의 갈등과 관련해 유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비공개 회의 도중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내가 세게 말한 게 아니다"라고 후속타를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자신의 비판은 그나마 자제된 발언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같은 일갈에도 유승민 원내대표는 반박하지 못한 채 듣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9일 통과된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두고 당내 친박과 비박 계열 의원들의 갈등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있는 만큼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인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유승민 원내대표가 내홍으로 숨을 헐떡이는 야당에 산소호흡기를 대준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새누리당 홈페이지에는 "몰락하는 새정연에 호흡기를 달아주었구려"라는 등의 댓글이 달리는 등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도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고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반발하는 실정이다.

    이날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당청 갈등이 일어나고 있나,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여부논란이 갈등의 본질인가, 아니면 잠재해왔던 여권 내부의 모순과 무능함이 갈등의 본질인가"라며 비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나는 마음이 아프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한마디 하겠다. 참다가 참다가 이 말씀 드린다"면서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이후 청과 당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다양한 의견과 청와대와 정부와의 깊은 조율을 기준으로 (야당과)협상을 해야하는데도 협상의 결과가 늘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비쳐진다"며 "개인적인 소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세문제, 사드문제, 모든 게 갈등으로 비쳐진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대통령은 명백히 우리당 최고 지도자"라며 "당청간에 전략적 논의와 대화와 공감대를 잠시도 놓쳐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 과정을 지적하며 "내가 몇 차례 청와대와의 공감대가 형성됐냐고 여쭤봤지만 명쾌한 답변을 못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단호하게 반대했다더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협의를 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엎질러진 물이지만 지금이라도 원내 사령부와 당 대표가 청와대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청와대와의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며 "우물쭈물 할 때가 아니라, 청와대를 찾아가든지 비서실장을 통해서 대화 채널을 구축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거센 공세를 펼쳤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개정안에 대한 야당과 입장차를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야당은 강제성이 있는 걸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며 "야당과 명확하게 강제성이 없다고 합의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회가 청와대에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때 이행 강제성의 여부로 새누리당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며 새정치연합은 강제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1일
    ▲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 통과시킨 입법안임에도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치권 곳곳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도 이를 두고 양당이 입장을 명확히할 것을 촉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날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있는지를 두고 여당과 야당 의견이 다르다"며 "입장이 통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저희들 입장은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야당 원내대표와)만나는 것을 얘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답변이 알려지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저희들 입장이라는 건 새누리당의 입장인지 국회의 입장인지 모르겠다"며 "새누리당만의 입장이라면 여야의 입장이 다른데도 법안이 합의통과된 배경이 무엇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도 본격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과 관련해 2일 긴급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