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국회' 청년일자리 막은 것도 모자라, 행정입법 기능에 '魔手'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단 발대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단 발대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여야가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토호(土豪) 세력'으로 똘똘 뭉친 제왕적 국회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정부의 행정입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빌미로 나라를 휘젓는 세력에게 집권 여당이 무릎을 꿇은 대참사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 변경을 요구할 시 행정부는 두 눈 뜨고 코를 베일 위기에 처하게 됐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민생(民生) 법안 처리는 뒷전인 채,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야욕(野慾)만 가득한 국회의원들이다.

    청와대는 강력 반발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29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듭 반대 입장을 밝히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성토가 쏟아졌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위헌 논란', '민생 외면' 등 격한 표현까지 섞어가며 국회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당장 행정기능 마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민생(民生) 법안들이 이번에도 처리되지 않은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김성우 홍보수석의 브리핑 전문이다.

     

    "그동안 오랜 진통과 논의 끝에 미흡하지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과거 오랫동안 해오지 못했던 공무원연금개혁을 반드시 해내고자 했던 것은 국가재정과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법안들을 통과시켜 주지 않은 것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정치권이 공무원연금법 협상 과정에서 본질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국민연금을 연계시키더니 법인세 인상,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 건의안, 나중에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까지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 개정까지 요구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줄이자는 본래의 취지와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고 민생을 외면한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설명으로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며, 현재 국민과 국가재정이 어려운 이 시점에 정파적인 이익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국민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주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에서 그 대가로 행정입법의 내용을 입법부가 직접 심사하고, 그 변경까지 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 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한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도 크다.

    이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는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 ⓒ연합뉴스 DB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 ⓒ연합뉴스 DB

     

    청와대에서 강도 높은 유감 표명이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현 정부 들어서 첫 거부권 행사가 된다.

    29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수정 변경을 요구하고, 수정 변경 요구를 받은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이 요구한 세월호법 시행령의 사후 수정을 위한 근거 조항이었다.

    핵심은 이 조항이 헌법이 정한 삼권 분립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김재원, 여상규, 김진태 의원 등은 "헌법제정권, 법률제정권, 명령제정권, 규칙제정권은 각각의 고유 권한이고 정부의 행정명령 제정권을 국회가 빼앗아 올 수 없으며, 이 법이 시행되면 전 상임위가 전쟁터가 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 선동 전략에 여당이 맞장구를 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기 대권주자 1~2위를 다투는 문재인 대표와 김무성 대표가 벌써부터 '박근혜 죽이기'에 나서면서 정부를 무력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