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꼼수 쓰는 친노

  •   새민련인지 새정련인지의 소위 혁신위원회란 무엇인가?
    문재인 대표와 친노의 논점 이탈 전술에 불과하다.
    야당이 직면해 있는 진짜 논점은 지난 4. 26 재보선의 참패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당위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와 친노는
    "그랬다가는 우리는 내년 총선 공천과 그 후의 대권후보 경쟁에서
    완전히 오리알이다"라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혁신위원회’니 ‘희망스크럼’이니 하는 말들은
    그래서 나온 논점 이탈의 꼼수이자 역습인 셈이다.

    친노는 운동권 중에서도 열린우리당 창당을 전후해 노무현 친위부대 노릇을 한 그룹이다.
    본래 운동권 주류는 ‘노무현+그 추대파’가 아니라 유신반대를 주도했던 학생운동 출신들
    (민청학련 사건 주역들)과 그들의 선배격인 이부영·장기표·조영래·김근태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에 비하면 노무현과 친노는 운동 주류 계열에 끼었던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386 운동세대가 대거 출현하면서부터
    과거 세대보다 한층 더 급진화한 선수들이 운동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른바 본격적인 ‘반미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운동권이었다.
    이들 중 일부가 노무현을 ‘선택’ 해 그를 자신들의 대리인이자 간판 또는
    ‘도구’로 내세운 게 이른바 친노의 출발이었다.

      그 후 노무현의 스타 의정활동에 매력을 느낀 팬들이
    노사모를 만들어 친노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운동권 엘리트 부대가 하지 못하는 대중성, 감성적 호소, 단결력을 구사해
    드디어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뉴데일리 DB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뉴데일리 DB

     

      이들은 그 후 야당과 운동권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호남 세력과 ‘자기들과 다른 운동권 엘리트 부대’를 점차적으로 제압했다. 운동권 선배라 할 만청학련 세대 중 일부는 그들 밑으로 별수 없이 들어갔다.

      투쟁경력으로 치면 노무현이 도저히 못 따라갈 ‘천하의 이철’은 고작 철도공사 사장을 했고
    ‘노장 류인태’는 노무현의 비서가 되어 그로부터 “당신은 좋은 학교 나와서...” 운운하는 빈정거림을 듣고 살았다. 그러나 학생운동 땐 이철 류인태에 비하면 ‘별로’였던 이해찬은
    노무현 눈엔 썩 들었던지 국무총리까지 돼 ‘실세’ 급으로 올라섰다.

      이렇게 해서 권력중심이 된 친노의 특징은 다분히 반 엘리트주의적이고 비지식인적이며,
    마치 19세기 말의 ‘봉기한 농민군’ 같다는 점이다. 이걸 두고 일부 평자는
    “노무현 정부는 우리사회 비주류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봐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 친노는 대장 노무현과 그 일가의 돈 스캔들 수사와 더불어
    도덕적· 정치적· 문화적 헤게모니를 잃고 '폐족'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집요하게 한 정치세력으로서 살아남았다.

       어떻게 살아남았나?
    예컨대 모바일 투표 등 꼼수로 당권을 잡고, 그 권력으로 공천권을 휘둘러
    자기들과 코드가 맞는 NL계 운동권을 대거 지역구와 특히 전국구에 포진시켰다.

    한명숙 때 이렇게 발탁된 싸움꾼 친노 전위부대는 당과 원내에서 막말을 쏘아대며
    손학규· 김한길· 안철수를 번번이 ‘타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다가 4.26 참패를 만났다. 친노의 또 한 차례 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위기 앞에서 “모두 우리 잘못입니다”라며 순순히 시인, 사과, 용퇴할 만큼의 염치에 민감한 친노 컬처(문화)가 아니다. 이점은 그간의 그들의 일련의 막말, 막가는 행동, 막무가내, ‘철판 깔기’에서 수없이 목격된 바 있다.

      요즘 문재인 대표와 친노들이 쏟아내고 있는 혁신위니 희망스크럼이니
    어쩌고 하는 소리(말이라기보다는 소리다)들은 다 그들의 그런
    “우린 죽어도 죽을 수 없다”고 하는 안간힘이자 버팀이며 계책이고 멍군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최선의 방어는 속임수를 동반하는 공격이란 이야가다.

      비노는 여기 또 속아 넘어갈 작정인가?
    정신 똑똑히 차릴 일이다.
    첫 번째 속는 건 순수해서라고 봐줄 수도 있지만,
    두 번째 또 속으면 그건 갈 데 없는 “숙맥 증후군”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