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무총리들, 패권주의 친노에 꾸지람

운정(雲庭)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출판기념회에 모인 역대 국무총리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패권주의 친노(親盧, 친노무현) 세력들을 우회적이지만 준엄하게 꾸짖었다.

27일 조선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JP의 일대기 '불꽃' 출판기념회에는 이홍구·이한동·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으며, 한때 이회창·이인제·이수성 씨 등과 함께 신한국당 '9룡'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한동 전 총리는 이른바 DJP 공동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바 있다.

문민화 이후의 역대 정부 중 노무현정권을 제외한 모든 정부에서 대표적으로 총리를 지냈던 인사들이 결집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축사와 건배사 등을 통해 JP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독선적이고 배타적이며 폭력적이고 적대적인 친노패권주의 정치 행태를 비판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김종필 총리는 너와 나를 따질 것 없이 인간은 다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계셨던 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남을 꾸짖기보다는 오히려 남을 이해하면서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서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울러 "서로 싸우며 남을 탓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지 우리가 서로 인간으로서 가지는 한계를 이해하고, 타협과 협상을 통해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겠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정치인이 아니냐"며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되는데 크게 공헌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진 채 남탓이 일상화돼 있는 친노패권주의 세력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뒤이어 축사를 한 정운찬 전 총리도 "우리나라는 외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편가르기로 인한 갈등이 심각하다"며 "특히 정치권은 극심한 반목과 대치를 일삼아 국론마저 분열되고 있어, (김종필) 총리의 소통과 협상, 통합의 경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종필 총리의 정치는 지금처럼 상대를 무시하고 막말과 독설을 내뿜는 삭막한 정치가 아니었다"며 "포용과 깊이, 재치와 풍류를 갖춘 정치"라고 회상했다.

나아가 "역량과 경륜이 넘침에도 (김종필) 총리는 직접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대신 다른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고 내세웠다"며 "총리의 여유로운 정신과 깊은 통찰력을 후배 정치인들이 배운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를 염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편~네편의 편가르기가 만연해 있고, 상대를 향해서는 막말과 독설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친노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공천권 등 작은 당권에 집착한 채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좀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새정치연합내 친노패권주의 세력의 행태 또한 꼬집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친노패권주의 세력에 의해 김해 봉하마을에서 봉변을 겪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출판기념회에 보낸 축전을 통해 "역사는 갈짓자(之)로 비틀거리더라도 결국은 정의를 향해 간다는 총리의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며 "후배 정치인으로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에 더욱 진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조선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JP의 일대기 '불꽃' 출판기념회에는 노재봉·이홍구·이한동·정운찬 전 총리 등 역대 총리들과 이른바 청구동계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 언론인들도 자리를 빛냈다.

다만 노무현정권에서 총리를 지냈던 이해찬 전 총리는 공동발간위원장임에도 불참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전직 국무총리들로 구성된 공동발간위원장 중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으로, 새정치연합 친노 계파의 막후 조종자로 불린다.

이와 관련,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청구동계 전직 국회의원은 "입 가진 사람들은 전부 친노패권주의를 욕하고 꾸짖으니 이를 감안해 자리를 피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