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러시아 방문 때 무기도입 거절당한 뒤 김정은에 대한 불만 토로한 것, 측근이 ‘밀고’
  • 해외방문 당시의 현영철. 국정원은 지난 4월 현영철이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해외방문 당시의 현영철. 국정원은 지난 4월 현영철이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4월 말, 평양 인근 사격장에서 고사포로 공개처형된 현영철의 숙청 배경에는 그의 말실수를 ‘측근이 밀고’한 때문이었다고 동아일보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현영철 前인민무력부장의 말실수는 “젊은 사람이 정치를 못해”라는 한 마디였다고 한다.

    현영철 前인민무력부장은 지난 4월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했을 때, 러시아 정부에 S-300 지대공 미사일 등 최신 무기 판매를 요청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북한은 이미 최신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 않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현영철 前인민무력부장은 이후 사석에서 러시아 정부가 자신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 김정은의 잘못된 정치 때문이라고 탓하며, “젊은 사람이 정치를 잘 못한다”며 “(김정은이 북한의 핵무기 위력을 과시하는 등 잘못된 정책을 펴니까)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무기도 못 받게 된 것”이라고 불평을 늘어놨다고 한다.

    하지만 현영철 前인민무력부장이 ‘사석’이라고 생각한 자리는 ‘사석’이 아니었다. 측근 가운데 한 명이 그의 불평을 상부에 보고했고, 김정은의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숙청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대북소식통을 인용, “현영철은 과거 사석에서 김정은을 겨냥해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아니라 실전 전문성을 갖춘 군 인사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적도 있어 이미 북한 당국이 ‘요주의 인물’로 보고 감시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국가정보원이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현영철이 지난 4월 말 ‘불경죄’ 등을 이유로 전격 처형됐다”고 보고한 내용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김정은의 정책과 대외선전전략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위급 인사인 인민무력부장을 일거에 공개처형한 것을 보면, 북한 정권 안팎의 불안감과 긴장감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 “현영철의 모습이 북한 매체에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며 현영철 숙청설을 부정하는 목소리에 대해 동아일보는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를 인용, “김정일 시대에도 숙청된 인사들의 기록이 사라지는 데 여러 달이 걸린 적이 있다”며 현영철 前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