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100만명 시대, 끝없이 떨어지는 출산율에 망국(亡國) 다가온다
  • ▲ ⓒ조선일보 인포그래픽스
    ▲ ⓒ조선일보 인포그래픽스

     

    나라의 미래인 청년들이 가슴 속에 간직한 꿈을 포기하고 있다.

    '삼포세대'(三抛世代: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도 이제는 옛말이다.

    '칠포세대'(七抛世代: 연애,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 꿈, 희망 모두를 포기한 세대)라는 자조적 용어가 최근 등장해 수많은 청년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꿈과 도전을 품고 희망의 세대가 돼야 할 20대 청년들이 좌절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아집과 세대 이기주의가 가관이다. 얼마 전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논란의 중심부에는 이기주의(利己主義)가 자리잡고 있다. 선거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40~50대 이상 국민에게 구애하는 포퓰리즘의 결과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앞으로 70년간 1,600조원에 이르는 돈을 국민이 더 부담해야 한다. 이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아닌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우리는 모든 재정부담을 최종적으로 짊어질 사람이 '칠포세대'(七抛世代)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우리 청년들에게 양보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알다시피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연금을 납부할 수 있는 젊은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13일 발간한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인구 시나리오별 필요보험료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일정한 적립 배율을 유지하며 재정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2040~2060년 합계출산율이 1.01명일 때 16.15%의 보험료율이 산정돼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이 2.01명일 때 필요보험료율은 13.39%였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현 연금체계를 유지하더라도 언젠가는 청년 1명이 노인 1.1명을 부양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쉽게 늘지 않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그대로인데, 부담은 쉽게만 늘어간다.

    이대로 괜찮을까?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도 모자라 인간관계, 꿈, 희망까지. 모두를 포기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무너져내리고 있는데도, 이들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치졸한 생각을 기성세대가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 공무원 퇴직자 월평균 연금액. ⓒ조선일보 DB
    ▲ 공무원 퇴직자 월평균 연금액. ⓒ조선일보 DB

     

    취업에 인생을 저당 잡히고 실의에 빠져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찾아줘야 한다. 개혁이 우리 청년,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 기성세대는 일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정년연장이 고용절벽을 초래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년으로 나갈 고임금 인력을 더 고용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이 6% 감소할 것이란 게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기약 없는 취업준비생이 6년새 40% 늘어 100만명에 육박한다. 취업경험이 전혀 없는 20~30대가 9만5,000명이다. 한창 일할 청년들을 백수로 전락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자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양보 없이는 자식들의 고용절벽을 피할 수 없다.

    정치권도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청년일자리를 위해 정쟁을 중단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연금 연계안을 내놓은 것도 부족해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에는 경제활성화 법안 9개 중 6개의 처리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해임을 주장하며,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지 않을 시 민생경제 법안까지 처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다.     

    현 국회의원들은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지금의 청년세대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들 중 하나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연금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참으로 뻔뻔한 이들이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내년부터 정년 연장에 맞추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절감된 비용으로 청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 최대 월 90만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에게는 고액연봉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청년고용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모든 시도를 통해 청년일자리를 늘려야 미래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다. 정치권이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무시하고 갈등의 뇌관을 건드린 탓에 논란이 시작됐지만, 어찌됐건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임이 틀림없다.

    지금이 바로 양보의 미덕을 실천할 때다. 국민을 팔아 잇속을 챙기는 공무원들, 양보 없이 내 자리 사수에 몰두하고 있는 기성세대들. 이들과 청년들이 벌이고 있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에는 승자가 없다. 오로지 패자만 존재하는 의미 없는 싸움일 뿐이다.

    나라가 망하고 집안이 무너지는데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현재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되돌려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