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씨 “몸 안 좋다, 격리해 달라” 요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 “괜찮다, 집에 가라”
  • 현재 한국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원인 코로나 바이러스. ⓒ미국 질병관리본부-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현재 한국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원인 코로나 바이러스. ⓒ미국 질병관리본부-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정부가 “전염성이 그리 높지 않아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네 번째 환자가 확인됐다.

    문제는 이 환자가 첫 번째 환자의 병실에 불과 4시간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바레인에서 농사를 짓다 지난 5월 4일 한국으로 귀국한 남성 A씨(68세)는 귀국한지 일주일이 지나자 38도 이상의 고열, 기침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A씨가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사흘 동안 외래진료를 보게 했다.

    A씨는 5월 15일이 되어서야 입원을 했다. 이 사흘 만에 A씨를 간호하던 부인 B씨(63세)와 같이 병실을 사용했던 남성 C씨(76세)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감염됐다.

    A씨의 부인 B씨는 5월 19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병원과 정부 당국은 20일이 되어서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격리병상)’으로 A씨와 B씨를 옮겼다.

    같은 날 C씨 또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5월 21일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 당국은 이때 “A, B, C씨와 접촉한 가족, 의료진 등 64명을 격리조치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씨를 간호하며, A씨, B씨와 같은 병실에 몇 시간 동안 있었던 C씨의 딸 D씨에게는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C씨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확진판정을 받은 뒤 D씨는 질병관리본부 측에 검사와 격리수용을 요구했지만, 당국자는 “별 다른 증상이 없다”며 “집에 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D씨는 질병관리본부 측의 진단과는 달리 5월 25일부터 38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렸다. 결국 5월 26일 D씨 또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진 판정을 받았다.

    D씨가 언론에 밝힌 데 따르면, 그는 부친 C씨를 간호하면서 A씨, B씨와 같은 병실에 불과 4시간 함께 있었다고 한다. D씨는 A씨는 물론 그의 부인과 자신의 부친까지 모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감염되자 질병관리본부 측에 진단과 격리수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D씨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병을 옮길까봐” 스스로 집에서 나오지 않는, ‘자가격리’를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국내 여론은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측은 언론들에게 “오히려 관리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은 D씨를 격리수용하지 않은 이유로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길 때 필요한 ‘38도 이상의 고열’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언론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D씨의 유전자 검사를 한다고 해도 이를 통해 감염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D씨는 이때 이미 콧물, 재채기, 기침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질병관리본부 측의 ‘해명’에 국내 여론은 보건 당국을 비판하는 한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대규모로 확산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퍼질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응급실 앞. ⓒ알 아라비야 당시 보도화면 캡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퍼질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응급실 앞. ⓒ알 아라비야 당시 보도화면 캡쳐

    201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병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은 이후 2년 넘는 기간 동안 23개국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 465명을 사망케 한 무서운 전염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인구밀도가 낮아 대규모 전염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럽과 미주 지역은 이 전염병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동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검역했고, 그 결과 ‘전염병의 대규모 확산(Pandemic)’을 막을 수 있었다.

    반면 A씨에서부터 D씨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전염된 과정을 살펴보면, 유럽이나 미주 지역과 같은 철저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불안한 여론’의 주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