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출신, 당내 親 김상곤 세력 많고 정책 노선도 '우클릭' 필요한 현 시점과 안 맞아
  • 24일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4일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쇄신을 위해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9년 무상급식이라는 공짜복지 전쟁을 처음 일으킨 그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 지휘봉'을 맡았다는 점에서 겹겹히 쌓인 내홍에 직면한 문재인 대표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같은 날 낮에 김상곤 전 경기도육감을 불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1시간 30분 정도 오찬회동을 가졌다.

문재인 대표는 오찬회동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새정치연합의 쇄신작업을 진두지휘할 당 혁신위원장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제1 야당이 새롭게 태어나 국민과 당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이 본격적인 당 쇄신에 들어가면서 친노-비노로 나뉘어 저마다 목소리를 내던 계파갈등 문제에 대한 분위기는 '일단 한번 지켜보자'로 바뀌며 일단락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계파논쟁은 지난 2·8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거의 모든 후보가 "계파가 없는 내가 계파패권주의 청산의 적임자"라고 앞장서서 외칠 정도로 당 전체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계파갈등을 없애자'는데 하나된 목소리를 냈지만 계파갈등은 점점 심각해질 뿐이었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자리인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親盧) 김경협 의원을 임명하면서 당 내 비노계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조직사무부총장에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본부장이었던 한병도 전 의원을 고려하다가 당 내 비판여론에 떠밀려 김관영 의원을 내정하기도 했다.

결과가 좋다면야 할 말이 없었겠지만, 사실상 친노 일색으로 공천돼 치러진 4.29 재보궐 선거에서 급기야 한 개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하자 당 내 책임론이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정태호 후보를 서울 관악을에 끝내 공천을 준 것이 패배의 가장 큰 단초가 됐다.

상황이 계속 악화됐지만, 주승용 최고위원 등 비노계 인사들이 제기한 지도부 사퇴론은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됐다. 심지어 여기에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퇴하지도 않을 거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친 게 잘못"이라며 화약고에 폭탄을 끼얹었다.

점점 갈등이 격화되며 분당론이 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 대표는 혁신기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한길 전 대표, 주승용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비교적 친노와 가깝다고 알려진 안철수 전 대표까지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하면서 문 대표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혁신위원장에 앉히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별 다른 대안이 없었던 친노가 여기에 동의하게 되면서 혁신위원장 문제가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의 '김상곤 카드'가 계파갈등을 잠재우기보다는 또 다른 계파갈등을 촉발하는 기폭제 역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당 내 안팎에서 새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념적 지향점이 범 친노계 안에 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그의 출신이나 정책적 행보를 보았을 때 문재인 대표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카드를 들이밀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광주제일고 출신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주류를 이루는 호남 목소리의 중심축과 맞닿아 있는 인물이다. 당장 19대 총선을 통해 당선된 사람만 해도 주승용 전 최고위원, 최재천 심재철 이낙연 등 10여명이나 된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재선까지 지낸 경기교육감 시절에는 호남 편중 인사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좌클릭 정책을 무리없이 추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김 전 교육감 또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폭넓은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당장 당내 대권주자들의 목소리를 줄이고 '통합'을 이뤄야 하는 문재인 대표에게는 또하나의 '골치거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그의 선명한 진보색채도 현 시점에는 적합지 않다. 김 전 교육감의 그간 정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상급식'의 아이콘이자 '무상 시리즈'의 대표주자다.

그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무상버스'정책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출마선언을 하면서 "버스 완전 공영제를 점진적으로 실시해 경기도를 무상 대중교통 도시로 만들겠다"는 정책공약을 내놨다.

이 공약은 여권은 물론 야권 내부에서도 맹렬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진표 의원은 "완전공영제는 자족적인 유럽 중소도시나 전남 신안군의 아주 특수한 사례에서나 가능하다"면서 "서울 버스 8000대보다 훨씬 많은 1만 1000대를 보유한 경기도 사정을 김 전 교육감이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이렇듯 진보 색채가 뚜렷한 김 전 교육감이 막대한 인사권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혁신위원장에 앉는다면 자신과 비슷한 색채를 가진 사람으로 혁신위원 인선을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문대표가 곧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표의 김상곤 전 교육감 발탁이 결과적으로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상곤 전 교육감과 가까운 야당 중진 의원은 "당장 혁신이 급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의 '김상곤 카드'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중진 의원은 그러면서도 "확실한 것은 김상곤 교육감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처럼 '적이 많은 타입'은 아니며, 안철수 전 대표처럼 '세력이 약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만만히 볼 사람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