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아내와 아이만은…" 동지애 없는 친노 앞에서는 우이독경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3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온라인상의 욕설에 대해 일베를 의심하고 나섰다. 붉은 밑줄은 편집자가 강조 표시한 것. ⓒ박지원 전 대표 페이스북 캡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3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온라인상의 욕설에 대해 일베를 의심하고 나섰다. 붉은 밑줄은 편집자가 강조 표시한 것. ⓒ박지원 전 대표 페이스북 캡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박지원·주승용·안철수 등 비노(非盧, 비노무현)계 의원들을 향해 온라인상에서 욕설과 폭언,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친노패권주의 네티즌들의 행태임에도 일부 비노 의원들은 이를 분별치 못하고 있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3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한다고 했더니 SNS에 '왜 오느냐'며 갖은 욕설이다"라며 "일베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전날 저녁 박지원 전 대표는 TV조선의 〈뉴스쇼 판〉에 출연해 "나라면 (당대표로서 4·29 재보선을 졌다면) 사퇴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를 향해 계속해서 각을 세운 바 있다.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쓴소리를 가만히 듣고 넘어가지 못하는 친노 성향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욕설을 날린 것임에도, 용의자를 엉뚱하게도 '일베'에서 찾는 격이다.

    실제로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6주기 추도식에서 박지원 전 대표가 입장할 때 별 소란이 없자,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여론은 다르다고 본다"며 "온라인에서 욕설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 당이 분열되기를 바라는 그쪽(일베)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도는 일렀다. 추도식이 끝난 뒤 헌화를 마치고 퇴장할 때 비노 계열 인사들을 향해 물과 흙이 날아들고, 욕설과 야유·고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뒷담화를 하지 말라"는 등의 말을 듣는데 그쳤지만, 김한길 전 대표에게는 물이 끼얹어지고 흙이 날아들었다.

    사흘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김해 봉하마을까지 내려가 노란 모자를 쓰고 노란 리본을 단 채 박지원 전 대표에게 욕설을, 김한길 전 대표에게 물세례를 한 사람들도 설마 새정치연합의 내분을 노린 '일베'의 위장 요원(?)이었을까.

    김한길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누구보다도 더 많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해대서야 되겠느냐"며 "요즘 SNS에는 내 아내와 아이들까지 막말로 모욕하고 모함하는 글들이 많아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김한길 전 대표가 밝힌대로 오프라인에서의 물세례도 모자라, 온라인에서까지 달려들어 비노계 의원 당사자는 물론 처자까지 욕하는 사람들의 정체는 '노무현 대통령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친노 성향 네티즌들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헌화하고 퇴장하는 길에 물과 흙을 뒤집어쓰는 등 봉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헌화하고 퇴장하는 길에 물과 흙을 뒤집어쓰는 등 봉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그렇다면 박지원 전 대표가 이들이 '일베'가 아닐지 터무니 없는 의심을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야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노 계열 의원들에게는 일종의 낭만주의가 있다"며 "친노, 비노하며 아웅다웅 다퉈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당원 동지인데 처자 욕까지 하는 심한 짓을 할까 하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한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은 친노든 비노든 모두가 동지"라며 "우리는 정권교체라는 공동목표를 가진 동지들인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정권교체가 최대의 혁신"이라며 "분열해서 패배하지 말고 통합하고 단결해서 정권교체하자"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의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에만 집착하면 정작 후년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대표가 친노패권주의를 스스로 청산하고 기득권을 놓아달라는 비노 중진들의 구당(求党)의 호소에 돌아오는 메아리는 싸늘하다. 당권과 공천권에 집착하는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패권주의 세력은 비노계를 향해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최근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런 구태의연한 사람들만 만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 속에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비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평이다. 친노에게 있어서 비노는 '정권교체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동지'가 아니라 '구태의연해서 물갈이해버려야 하는 대상'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데 처자 욕까지 하는 사람들이 설마 같은 '동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 엉뚱한 '일베'에서 용의자를 찾아봤자 헛수고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노 중진들이 언제까지 온오프 상에서 수모와 봉변을 묵묵히 감내만 할지 모르겠다"며 "정치적인 중대 결단을 피할 수 없는 시기가 점차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라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