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잘한 것 하나도 없어"… 함께 최고위원했던 본인은?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또다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말하는 '쿠션 공격'으로 비노(非盧, 비노무현)계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에 동원된 확성기는 지명직 최고위원인 이용득 최고위원이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당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 연일 언론에 대고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하는 중진 의원이 있어 매우 못마땅하다"며 "말로는 단합과 화합을 이야기하면서, 결국은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중진 의원'은 새정치연합 김한길 전 대표를 가리킨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20일 차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표를 작심 비판한데 이어, 전날 열린 안철수 전 대표의 좌담회에서도 축사를 통해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강조한 바 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문이 닫혀 있지 않고, 당내에서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한 구조"라고 강변하면서 "그럼에도 '당내 패권주의 청산하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연일 떠드는 사람이 있는데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의) 혁신기구는 당내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청산위원회나 마찬가지"라며 "패권주의가 있다면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는 걸 꼭 언론에 대고 계속 이야기해야 되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나아가 "그 분은 잘한 게 하나도 없는 분"이라며 "나도 그 분에게 할 말이 많지만 자제하고 있으니, 서로 자제하자"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용득 최고위원의 이런 강경 발언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서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표를 대신해 공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부터 문재인 대표가 지위가 불안정해 대표의 말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친노계 초·재선 의원들과 울산시당, 원외당협위원장 등을 잇달아 동원해 '비노계 때리기'에 나선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이용득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새정치연합내 비노계 관계자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 비노계 의원실 관계자는 "김한길 전 대표가 잘한 게 하나도 없는 분이라면 그 밑에서 함께 최고위원을 했던 자기는 무엇이냐"며 "지명직 최고위원직만 전전하면서 임명권자의 의중 아래서 설설 기는 모습에 인간적인 회의와 동정이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5월 민주통합당의 신임 대표를 맡게 된 김한길 대표 체제가 출범할 때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달 24일 김대중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 대표께서 최고위원으로 지명을 해주셨는데 감사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감읍(感泣)의 뜻을 표한 바 있었다.

    이후 이용득 최고위원은 지난해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거듭날 때에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하에서 최고위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7·30 재보선 참패로 지도부가 총사퇴할 때 함께 물러났다.

    결국 김한길 전 대표가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 밑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함께 봉직한 이용득 최고위원도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된다. 이용득 최고위원의 이날 김한길 전 대표를 향한 맹공은 '제 얼굴에 침뱉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김한길 전 대표는 이용득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삼간 채,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타계 6주기를 앞두고 이날 입장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표의 분열 책동과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이어갔다.

    김한길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평생 특권과 기득권에 맞서 싸웠다"며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부단히 내던져 싸움에서 이겨나갔던 것"이라고, 당권과 공천권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문재인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이어 "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는 지금, 김대중·노무현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라며 "나는 지금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패권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우리 당 내부의 패권주의를 우선 마감해야 한다"며 "(패권주의의 마감으로) 새정치 새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