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꿈에 백제왕 봤다”며 풍납토성 복원사업 의지 밝혀
  • 지난 1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꿈에 백제왕이 나타났다며 직원들과 한성백제박물관과 풍납토성 일대를 둘러본 뒤 제대로 보상, 발굴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1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꿈에 백제왕이 나타났다며 직원들과 한성백제박물관과 풍납토성 일대를 둘러본 뒤 제대로 보상, 발굴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밝혔다.

    어제 밤에 백제왕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여기를 제대로 보상·발굴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겠다고 말입니다"

    소설이나 신화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1,000만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장의 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꿈에서 백제왕이 나타났다며, 풍납토성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꿈에서 백제왕을 만났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풍남토성 일대를 제대로 발굴해,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참으로 우연히 어제 밤에 백제왕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래서 오늘 직원들과 함께 한성백제박물관과 풍납토성 일대를 둘러보고 결심했습니다.

    박 시장의 발언에 한 역사학자는, "서울시민의 대표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풍납토성은 백제 왕궁터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 복원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1993년부터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하고 있는 풍납토성 일대 복원 사업은, 풍납토성이 한성 백제시대의 왕성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주장과, 2조원대에 달하는 재원조달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풍납토성를 백제 왕궁터로 볼 수 없다는 학계의 주장은, 복원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학계는 22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풍납토성을 백제 왕궁터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 '풍납동 사적지 및 환경대책위'는 지난달 22일 서울 천호동 이스턴베니비스에서 '백제 왕궁터의 진위여부 주민설명회'를 열고,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이 아닌 움집터라는 주장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DB
    ▲ '풍납동 사적지 및 환경대책위'는 지난달 22일 서울 천호동 이스턴베니비스에서 '백제 왕궁터의 진위여부 주민설명회'를 열고,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이 아닌 움집터라는 주장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DB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한국역사문화연구원 이희진 교수는, "풍납토성이 왕성이라면, 왕궁의 흔적이 나와야 하는 데 20여년간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고고학계가 왕성이 아닌 곳을 왕성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희진 교수는 "당시 고구려의 라이벌이었던 한성 백제의 왕궁이라고 하기에, 풍납토성의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발굴에 수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다보니, 자금 지원을 위해 누군가가 풍납토성을 왕성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이견도 난제 중 하나다. 문화재청은 왕실 터로 추정되는 구역만 발굴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다른 구역도 포함해 발굴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조기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풍납토성 일대를 4개 구역으로 나눠, 왕실 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구역만 발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구역만 발굴하고 3구역의 경우 주민들에게 개발을 허용한다면, 실제 주민 보상비가 약 8,000억원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2구역을 포함한 3구역 주민들에게 조기 보상을 진행한 뒤,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주장대로 2구역만 발굴한다고 해도, 보상금이 크게 줄지 않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복원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이 ‘꿈’을 이유로 풍납토성 전면 개발 계획을 밝히고, 한발 더 나아가 유네스코 등재까지 언급한 것은 어이없고 황당하다.

    2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 추진 여부를 개인 SNS를 통해 밝혔다는 사실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박원순 시장이 SNS에 상식 밖의 글을 올려,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 지난 2013년 6월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홍수에 잠긴 독일 파사우 시내 사진을 올리고, 우리 서울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주장해 네티즌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 지난 2013년 6월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홍수에 잠긴 독일 파사우 시내 사진을 올리고, 우리 서울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주장해 네티즌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박원순 시장은 2013년 6월, 홍수로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긴 독일 파사우 시내의 수해 사진을 SNS에 올려놓고, “홍수도 홍수지만 아름다운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게 무얼까요? 홍수에 잠긴 독일 남부 파사우 시내랍니다. 제 눈에는 홍수도 홍수지만 아름다운 건물들이 들어오네요. 우리 서울도 저렇게 아름다운 도시 만들어내겠죠?"

    박 시장은 위 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신중하지 못했다. 심려끼쳐 죄송하다"는 해명글과 함께 게시글을 하루 만에 삭제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그의 경솔한 처신을 지적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물에 잠긴 건물을 보면서 아름답다 말하고, 자신이 꾼 꿈을 근거로 2조원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사실은 상식 밖이다.

    온라인 상에서도 박원순 시장의 이해할 수 없는 SNS 게시글을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원순 시장이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주신씨와 함께 형사재판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박 시장의 부적절한 언행을 꼬집었다.

  • 박원순 시장이 꿈에 백제왕을 만났다며 풍납토성 개발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이번 사건을 연계해, 박 시장의 행태를 비난하는 댓글을 올렸다. ⓒ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이 꿈에 백제왕을 만났다며 풍납토성 개발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이번 사건을 연계해, 박 시장의 행태를 비난하는 댓글을 올렸다. ⓒ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의 백제왕 꿈 게시글과 관련돼,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이 댓글을 올리고 있다. ⓒ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의 백제왕 꿈 게시글과 관련돼,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이 댓글을 올리고 있다. ⓒ 트위터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