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경기 도핑, 의무화 필요"
  • 이에리사 의원.ⓒ뉴데일리
    ▲ 이에리사 의원.ⓒ뉴데일리

    [편집자주] 수영 선수, 박태환(26)이 세계반도핑기구(WADA, World Anti-Doping Agency)가 금지한 남성호르몬을 투약해 국제수영연맹에서 1년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도핑은 해외 선수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국민들이 도핑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 대한 도핑검사가 의무가 아닌 상태에서 최근 '프로선수 도핑 의무화'법안을 발의한 이에리사 의원을 지난 20일 만났다.

    【뉴데일리 스포츠】국내 프로 스포츠 단체도 도핑(Doping)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2012년부터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61)이 꾸준히 대표 발의했던 '프로 선수 도핑 의무화 법안'은 각 프로 연맹의 반대를 결국 이겨냈다. 

    지난 2012년부터 프로 스포츠 분야에도 도핑 검사 의무화를 주장했던 이에리사 의원의 개정법안이 국민들의 관심에 힘입어 3년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도핑검사, 한국선 "아마추어에 의무‥프로는 자발적" 객관성 떨어져

    이에리사 의원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도 도핑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은 2012년 처음 발의했다. 도핑 관련 법안은 제가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프로 선수들을 대거 국가대표로 발탁한다. 지금까지의 국민체육진흥법은 아마추어 선수에게만 도핑 검사를 의무화했고 프로 선수들은 제외시켰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내 프로 스포츠 단체는 도핑 검사 대상 선수를 자체 위원회를 만들어 선정해왔다. 선수를 보호할 의무를 가진 프로 연맹이 객관적으로 도핑 검사 대상 선수를 선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 의원은 "기존 법으로는 제2의 박태환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통과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도핑 검사 의무 대상자를 프로 선수까지 확대한 것이다. 2009년부터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단체들이 KADA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체적으로 도핑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지만 그 검사의 객관성은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박태환 도핑 사건 이후 프로 스포츠 단체들은  일제히 '철저히 도핑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프로 경기 연맹은 자체적으로 도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리사 의원의 지적처럼 각 프로 스포츠 단체들의 도핑 검사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어 "KADA가 검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본적인 도핑 검사 방식을 거부하고 각 프로 연맹이 자체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해왔다"며 국내실태를 지적했다.

    도핑 검사의 핵심은 선수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불시에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불시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도핑에 사용되는 약물이 발달하는 만큼 도핑 검사를 무력화하는 해독제도 많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선수가 미리 도핑 검사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충분히 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해독제를 사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 ◇도핑검사는 "선수보호·정당한 승부" 위한 보호장치

    이에리사 의원이 도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시절부터다. 1970년대 탁구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 의원은 도핑이 선수의 건강은 물론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핑이 시작된 시기를 체육인들은 1900년대로 보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 도핑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 가장 왕성했다. 

    당시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에 돌입한 미국과 소련이 올림픽에서 메달 경쟁을 하면서 도핑을 많이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가 도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도핑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1960년대다. 

    IOC는 도핑 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WADA를 1999년 설립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도핑을 시도한 선수들을 대거 적발해 징계를 주며 본보기를 보였다. 이때부터 도핑을 시도하는 선수들의 비율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도핑은 선수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또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스포츠에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기에 올림픽 정신에도 위배된다. 

    이에리사 의원은 도핑의 긍정적 기능도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WADA의 등장으로 우리나라도 혜택을 받았다"며 "도핑을 많이 시도했던 종목 중 하나인 역도에서 공정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장미란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이는 체격이나 체력에서 해외 선수들에게 밀리지만 기술이 뛰어난 우리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WADA의 탄생과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리사 의원은 스포츠 선진국에 이미 도약했지만 도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우리 대한민국 체육계에 반성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박태환 선수가 도핑을 했다는 사실이 WADA에 적발되면서 우리는 큰 충격에 빠졌다"며 "이는 박태환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도핑을 소홀히 대했던 우리 체육계도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