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뿌리 호남·구민주계에 대한 압살 전략, 밑바닥 드러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리더십의 바닥을 보여주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호남 고립·압살 책동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일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혁신기구 위원장직 수락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한 문자를 통해 "이미 전날(19일) (문재인 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을 제안받고, 내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19일 안철수 전 대표와 배석자 없이 독대를 하고, 이른바 '초계파 혁신기구'를 논의한 바 있다. 이후 20일 최고위원들을 상대로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안철수 전 대표를 혁신위원장으로 위촉하겠다고 밀어붙였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의 설명대로라면, 문재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이미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것을 최고위원들에게 숨기고 혁신기구 구성을 밀어붙인 셈이 된다.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당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만천하에 폭로된 모양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불과 얼마 전에도 있었다.

    문재인 대표는 5·18 전야제에 참석차 광주광역시에 내려갔던 지난 17일 야심한 시각에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극비리에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긴박한 야권 상황이나 들끓는 호남 민심과 무관한, 과거 변호사 활동 시절 겪었던 일들이나 노무현정권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일 등을 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민들이 문재인 대표를 향해 거센 항의와 대표직 사퇴 요구를 쏟아내고, 광주·전남 의원들은 '문재인 책임론'을 논의하기 위해 오찬 회동을 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동료 의원들이나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대신 전혀 엉뚱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후 천정배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날 낮에 (문재인 대표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무슨 얘기를 하려나 했는데 아무 얘기도 안 하더라"며 "(문재인 대표와 손을 잡고 호남 현역 의원 물갈이에 나선다는 관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흡사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가후(賈詡)의 계략 같은 '얕은 수'라는 지적이다. 조조(曹操)로 하여금 한수(韓遂)와의 독대에서 옛날에 함께 일했던 대수롭지 않은 옛 추억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게끔 함으로써, 마초(馬超)로 하여금 의구심을 품게 하고 결국 둘 사이를 이간시킨 것과 다르지 않은 술책이다.

    다음날 광주·전남 의원들의 오찬이 예정된 상황에서 천정배 의원과 뭔가 중요한 정치적 함의가 담긴 대화를 나눈 것처럼 '무력 시위'를 해서, 비노(非盧, 비노무현) 의원들에게 공천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줘 지리멸렬하게끔 만들려는 계책이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대화의 한쪽 당사자였던 천정배 의원의 폭로로 무위로 돌아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주승용 최고위원·박주선 의원 등 '문재인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하는 호남 의원들을 고립시키고 압살하기 위해, 천정배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를 이용해볼 심산이었지만 그들의 폭로와 거부로 이러한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 만 모양새다.

    당의 뿌리인 호남·구민주계를 고립시켜 '각개격파'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둘러싼 한줌 친노(親盧, 친노무현) 세력만 점점 고립되는 형국에 처한 문재인 대표. 제1야당 초유의 위기를 초래한 친노패권주의에 눈감은 채 '얕은 수'와 자잘한 계략으로 난국을 타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