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난 4월 하순부터 잇단 화산 활성화…태평양서는 강진 갈수록 잦게 나타나
  • ▲ 2014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태평양 파푸아 뉴기니 인근에서는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파푸아 뉴기니 인근 지진 발생 당시 진앙지 지도. USGS(美지질조사국) 화면캡쳐
    ▲ 2014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태평양 파푸아 뉴기니 인근에서는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파푸아 뉴기니 인근 지진 발생 당시 진앙지 지도. USGS(美지질조사국) 화면캡쳐

    2월 12일 오전 3시 57분 칠레 산페드로 드 아타카마 동남쪽 109km
    2월 17일 오전 8시 6분 일본 혼슈 이와테현 모리오카 동쪽 287km
    3월 30일 오전 8시 48분 파푸아뉴기니 타론 남서쪽 45km
    4월 25일 오후 3시 11분 네팔 카트만두 북서쪽 77km
    4월 26일 오후 4시 9분 네팔 카트만두 동쪽 81km
    4월 30일 오후 7시 45분 파푸아뉴기니 코코포 남서쪽 122km
    5월 1일 오후 5시 6분 파푸아뉴기니 코코포 남서쪽 116km
    5월 5일 오전 10시 44분 파푸아뉴기니 코코포 남쪽 139km 


    2015년 들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6.5 이상의 강진(强震) 통계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들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은 모두 26회. 이 가운데 진도 6.5 이상의 강진이 8번이나 된다. 네팔 카트만두 인근에서 일어난 2번의 지진을 제외하면, 모두 ‘환태평양 조산대’ 지역이다.

    파푸아뉴기니는 태평양의 섬나라로 한반도와는 약 5,000km 떨어진 곳에 있다. 먼 거리라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최근 환태평양 조산대에 걸쳐 일어나는 화산 폭발까지 함께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 ▲ 환태평양 조산대를 표시한 지도. 화산과 지진 활동이 빈발해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도 불린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환태평양 조산대를 표시한 지도. 화산과 지진 활동이 빈발해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도 불린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칠레의 칼부코 화산이 폭발했다. 칠레 정부는 즉시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틀 동안 분출하던 화산은 다시 잠잠해지는 듯 했으나 4월 30일 다시 폭발하기 시작했다. 칠레 정부는 칼부코 화산 반경 20km 이내의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지난 4월 28일에는 페루에 있는 우비나스 화산과 콜롬비아에 있는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이 활동을 시작했다.

    남미와는 지구 반대편인 일본에서도 화산이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가까운, 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에 걸쳐 있는 자오산에서 화산 폭발 조짐이 보인다며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5월 4일에는 규슈 지역의 관광명소인 아소산이 20년 만에 활동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日기상청이 밝혔다.

    지난 5월 6일에는 도쿄에서 불과 80km 떨어진 하코네 화산의 오와쿠다니 일대에서 화산성 지진과 증기 분출이 급증, 日기상청이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5월 5일에만 ‘화산성 지진’이 200여 차례 발생했다는 게 日기상청의 설명이었다.

    파푸아뉴기니 인근에서의 강진이 빈발하고, 남미 지역과 일본에서 화산 폭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자 세계 지질학자들은 “일명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매체는 美 L.A 지역에서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지난 한 달 사이에 3번이나 일어난 것까지 비교하며 “환태평양 조산대가 활성화되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 ▲ 日온천휴양지 하코네 산 일대의 화산 활동 모습. 지난 4월부터 일본 큐슈와 혼슈 일대 화산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日FNN 보도화면 캡쳐
    ▲ 日온천휴양지 하코네 산 일대의 화산 활동 모습. 지난 4월부터 일본 큐슈와 혼슈 일대 화산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日FNN 보도화면 캡쳐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활성화 우려는 2014년에도 있었다.

    당시 아태 지역 언론들은 칠레 중부 발파라이소 인근에서 일어난 진도 6.0의 지진, 美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일어난 진도 6.0의 지진, 페루 아야쿠초에서 일어난 진도 6.9의 지진 등을 사례로 들면서, “환태평양 조산대를 따라 50년 마다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가설을 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소식을 전했다. 

    다행히 2014년에는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넘어갔지만, 2015년에는 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질학계를 중심으로 일본과 한반도 북부 지역에서 대지진 또는 대규모 화산폭발 가능성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백두산 폭발이다. 1980년대 교과서에서도 ‘사화산(死火山, 죽은 화산)’으로 평가했던 백두산은 최근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질학계는 물론 국민들도 이제는 백두산을 ‘휴화산(休火山)’이라고 본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백두산 주변에서는 2002년부터 한 달에 250여 차례의 작은 지진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산 정상 주변에서는 마그마가 부풀어 오르는 ‘지표 균열’ 현상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질학계는 10세기 중반 백두산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발해가 멸망했고, 발해 시대 이후인 1668년, 1702년, 1903년에 백두산이 폭발했었다는 역사 기록을 근거로, 백두산이 ‘휴화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발해 멸망 당시 백두산 폭발은 화산재가 일본까지 날아갈 정도였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2007년 12월 20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보건환경 회담’에서 북한 측이 “백두산에 지진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한 점을 주목한다. 북한도 분명 백두산에서의 불안한 징조를 느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2010년 6월 기상청이 주최한 ‘백두산 화산위기와 대응’이라는 세미나에서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백두산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중국 지질학자들의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만일 백두산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난다면 그 위력은 2010년 4월에 일어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 ▲ 백두산 천지의 모습. 칼데라 분지에 들어 있는 물이 20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백두산이 폭발하게 되면 이 물이 뜨거운 수증기로 변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포토갤러리
    ▲ 백두산 천지의 모습. 칼데라 분지에 들어 있는 물이 20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백두산이 폭발하게 되면 이 물이 뜨거운 수증기로 변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포토갤러리

    2010년 2월과 4월, 아이슬란드에서는 에이야파들라이에퀴틀 화산이 폭발하면서, 유럽 전역의 항공편이 모두 마비된 적이 있었다.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일대는 화산재로 뒤덮였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백두산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난다면, 칼데라 분지에 담긴 20억 톤의 물 등으로 인해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에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지층은 오래된 선캄브리아대 지층이고, 활성단층이 없어 지진이나 화산 피해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옛날 지식’이라는 것이 최근 지질학계의 의견이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일어난 전후, 한국 지질학계에서는 한반도가 ‘아무르 판(板)’이라는 단층대 위에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본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뒤 한반도의 지층이 불안정해졌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후 한반도,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는 지진이 빈발하기 시작했다. 주로 서해 5도서 인근 지역과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앞바다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

    이처럼 한반도 또한 지진과 화산 폭발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음에도, 한국 사회의 지진·화산폭발 대비 상황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 ▲ 2011년 3월 日도호쿠 대지진 이후의 피해 상황. 내진설계가 일상화되어 있는 일본이지만 진도 8 이상의 대지진에는 대부분의 건물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1년 3월 日도호쿠 대지진 이후의 피해 상황. 내진설계가 일상화되어 있는 일본이지만 진도 8 이상의 대지진에는 대부분의 건물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재 언론들은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 있는 대규모 공동주택의 내진 설계 통계를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고층 주상복합빌딩이나 고층 아파트의 경우 의무적으로 내진 설계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전국의 ‘일반 주택’과 관공서, 전력시설, 철도, 상하수도, 도시가스 시설 등이다.

    10년 전 통계이기는 하나 2005년 당시 정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내진설계가 된 건축물은 2% 남짓이었다. 이후 많은 건물이 리모델링을 하거나 새로 지었지만, 내진설계를 적용한 건물은 많지 않다는 것이 통설이다.

    소방서, 경찰서 등의 경우에도 절반 이상이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 철도 또한 KTX와 같이 새로 지어진 곳이나 주요 노선이 아닐 경우에는 지진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도시가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지진에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국회가 만든 ‘내진설계’ 기준 또한 너무 낮다. 현재 원전의 경우에는 진도 6.5까지, 일반적인 공공시설이나 대형건물은 진도 6.0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역사 기록에는 진도 7.0 이상의 대지진도 발생한 적이 있다고 돼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일본에서 또 한 번의 대지진이 발생해 그 영향이 한반도에까지 미치거나, 백두산이 폭발하는 대재앙이 일어난다면, 한국 또한 ‘네팔’이나 ‘아이티’, ‘칠레’와 같은 피해를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