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각 당의 이해관계 떠나 오로지 국민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 ▲ 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대통령,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 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대통령,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평택 고덕 국제화지구에서 열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병상을 털고 일어난 뒤 처음으로 참석한 외부행사다.

    중남미 순방을 계기로 악화된 건강이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터라, 전날 규제개혁장관회의 2부 순서에도 불참한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굳이 힘든 몸을 이끌면서까지 평택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의 총 부지 면적은 289만㎡(87.5만평·축구장 약 400개 넓이). 현재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기흥∙화성 단지를 합한 면적(91만평)과 맞먹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부지에 반도체 생산라인 1기를 건설하고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투자로 41조원의 생산 유발과 15만명의 고용창출 등 경제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소재 설비와 같은 전후방 산업의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단지 투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택 반도체단지는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규제완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투자가 결정됐다.
     
    정부는 반도체단지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을 오는 2016년 말까지 조기공급 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며, 안정적으로 산업용수를 공급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평택 반도체단지가 조기에 가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정부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연계, 반도체산업이 창조경제 대표 신산업 창출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 ▲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들어서는 반도체 생산라인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들어서는 반도체 생산라인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결과적으로 정부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고, 삼성은 종합반도체 1위를 위한 교두보를 한 발 앞서 국내 요지에 마련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기업이 '윈-윈(win-win)' 하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은 그동안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택공장 건설을 통해 기흥과 화성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갖추게 됐는데, 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용기 있는 투자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높이 평가될 부분이다.
     
    우리 제조업은 미국-독일 등 선진국의 제조업 스마트화, 엔저를 통한 일본 제조업의 회복과 중국의 추격 등으로 세계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통해 제조업을 스마트화 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민간과 기업의 적극적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며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어야만 한다. 정치권도 각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

    저는 이 자리에서 특히 우리 기업들에게 미래 산업과 국가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 번째로, 도전과 열정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서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해 주시기를 바란다.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투자이며, 이를 통해서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오늘 기공하는 삼성 평택공장은 향후 첨단분야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 투자를 유발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래서 정부는 평택공장 투자가 조기에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앞으로 다른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투자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현장대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애로를 해소하면서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

    두 번째로,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고부가가치 신산업에 적극 진출해 주시기를 바란다. 과거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도전했을 때, 모두가 기술 후진국인 한국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과 학계, 정부가 힘을 합쳐서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하게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결과 오늘날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생산국가가 됐다.

    최근에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부품으로 메모리에 비해서 시장도 훨씬 크고 확대 속도도 매우 빠르다. 또한 자동차, 로봇, 통신기기를 비롯한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처럼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첨단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규제를 철폐해서 시장의 조기 진입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다.

    세 번째로,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 구글과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개별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완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협력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이곳 평택 고덕 국제화지구에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재, 장비, 설계사 등 많은 협력업체가 입주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지원하고, 스마트 생산시스템 공유 등으로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윈-윈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이 곳 고덕 국제화지구가 우리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동반성장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현재 삼성그룹은 박근혜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등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극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의 확산을 위해 대구와 구미 등 2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등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과거의 삼성그룹은 수차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오해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공백이 된 삼성그룹 후계경영 구도를 무리 없이 안착시킨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노선에 적극 동참하면서 정부와 삼성 사이에선 따뜻한 기류가 감돈다.

    "기업들이 앞장서 투자를 확대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에 15조6,000억원이라는 통 큰 투자를 단행한 이재용 부회장. 이날 행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손을 내밀면 이재용 부회장이 밝은 미소로 화답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