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입법부 위상 무너지고 청와대 하수인 전락"… 당청 갈등 부추기기 나서
  • 4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몰렸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둘러싼 여야의 진통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에 따라 4월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폐회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여야 양당의 엉성한 합의에 국민적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즉각적인 5월 임시국회 소집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져 자칫 '연금 개혁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 6일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좌석 부근에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원내지도부가 모여 즉석 담판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6일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좌석 부근에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원내지도부가 모여 즉석 담판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의 벽 못 넘어… 최종 무산

    실무기구에서 합의가 이뤄진 듯 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여야 지도부는 6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한다는 내용을 삽입할지, 삽입한다면 어디에 기재할지를 놓고 국회에서 하루 종일 씨름했다.

    여당은 소득대체율 50%를 논의한다는 것일 뿐 '해야 한다'는 명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야당은 소득대체율을 50%로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맞섰다. 

    이날 오후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회 규칙이 아닌 부칙 별지에 소득대체율 50%를 명시하는 절충안을 합의해 내놓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거부하면서 여야 간의 협상 여지가 급속히 사라졌다.

    새정치연합 역시 소득대체율 50% 명시를 새누리당이 거부할 경우 본회의에 상정된 다른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물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다른 안건들마저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결국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 산회를 선언하면서, 4월 임시국회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허다한 경제활성화 법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유승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유승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세상 일 고민될 때 많아"… 우윤근 "정치가 허무하고 회의감 느껴"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산되자, 이날 하루에만 6차례에 걸친 회동을 가지며 막판 타결 가능성을 모색했던 여야 지도부는 일제히 실망감과 함께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이날로 임기가 종료된 야당 원내지도부는 극심한 회의감마저 내보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4월 임시국회가 산회되기 직전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세상 일이라는 게 이 길이 옳을까, 저 길이 옳을까 참 고민이 되는 때가 많다"며 "협상을 하는 여러가지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특위에서 양당이 개혁안에 합의를 했는데, 야당이 마지막 단계에서 다른 것을 끌고 온 것은 옳지 못하다"며 "여야가 지난 2일 합의한 내용 이상의 다른 내용을 야당이 들고 나와 합의해줄 수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국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공무원연금법을 꼭 통과시키고 싶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기대하셨던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4월 임시국회 산회 직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어렵게 합의하고 여야 대표가 모여 국민 앞에서 보증한 내용을 오로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뒤집은 것"이라며 "입법부로서의 국회 위상과 권한을 무참하게 무너뜨리고 국회를 청와대의 수하기구로 전락시킨 처사"라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싸잡아 비난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서, 특히 여당이 (청와대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치가 허무하고 회의가 느껴진다"고 허탈한 심정을 밝혔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월 임시회 즉각 소집… 여야 책임 공방도 치열

    한편 여야는 한목소리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기타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오후 9시 40분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6일 처리하지 못한 시급한 안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원포인트' 임시국회라도 열어야 한다"며 "7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선출되면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에 즉각 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예상 안건 70~80여 건이 야당의 보이콧으로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고 법안 처리 실패의 책임을 새정치연합에 돌렸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즉시 임시회 소집으로 맞받았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국회 의안과에 5월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안규백 원내수석은 "(처리)해야 할 법안이 많기 때문에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동행한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처럼 쇼를 보이더니 도망갔다"며 "친박·비박의 싸움 때문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이 사안이 5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된 책임을 새누리당에 떠넘겼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6일 저녁 10시 무렵 국회 의안과에 5월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6일 저녁 10시 무렵 국회 의안과에 5월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실패는 청와대 제동 탓?

    4월 임시국회에서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끝내 무산된 것은 청와대가 여야 합의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안이 공무원연금은 '찔끔' 개혁에 그치고, 되레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많은 부담을 떠안기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 또한 악화됐다. 여기에 청와대의 반대까지 겹치면서 여당이 원내 처리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각의 추산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라 절감되는 부담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연금 개혁을 하는 것인데, 여야 합의대로라면 이는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라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청와대가 제동을 걸어 4월 임시국회에서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최종 무산됨에 따라,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당초 약속한 연금 개혁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했는데, 그 유일한 '의미'조차 사라진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산됨에 따라, 김대중~노무현정권 시절 제대로 손보지 못해 미래 세대의 엄청난 짐으로 변질된 연금 제도를 개혁할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 ▲ 5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5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동상이몽 5월 임시회…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전망 불투명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결국 4월 임시국회가 폐회됨에 따라 향후 공무원연금 개혁 로드맵은 안개 정국 속에 휩싸이게 됐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5월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에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뜻하고 있는 바는 전혀 다른 '동상이몽(同床異夢) 임시국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그간 여야 협상의 한쪽 당사자였던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이날로 임기를 종료하고, 7일부터 새로운 원내 사령탑이 들어선다는 점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조기 처리 여부에 암운을 드리우는 요소다.

    안규백 원내수석은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의 실무 전문가들이 작성해 여야가 합의한 합의문이 살아 있기 때문에 5월 임시국회에서 그대로 (합의문대로) 처리하면 된다"며 "청와대의 한 마디 때문에 (4월 임시국회내 처리가) 틀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야당도 무리한 요구를 접어야 한다"며 "(국민연금 문제는)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정하는 것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5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연말정산 환급금이 걸려 있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더 이상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하지 말고 우선적인 처리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