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안에 이력서 갖고 들어와 책상 위에 펼쳐놓고 열심히…
  •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여야의 무책임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 청탁에 골몰하는 모습이 〈뉴데일리〉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회가 어설픈 연금 관련 합의로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고조돼 여야 지도부가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초선·경남 창원성산)은 6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본회의장 내에서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자리 근처에 모여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자신의 책상 위에 무언가를 펼쳐놓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책상 위에 펼쳐진 것은 청탁 대상자의 인적 사항이 담긴 이력서, 문자 내용은 인사 청탁이었다. 대담하게도 본회의장 안에까지 이력서를 가지고 들어와 당당히 책상 위에 펼쳐놓고 인사 청탁을 한 것이다.

    강기윤 의원이 왼손에 쥔 이력서 너머의 모니터에는 이날 처리해야 할 의안 목록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강 의원은 의안 목록이 아닌, 왼손에 쥔 이력서와 오른손에 쥔 핸드폰에 번갈아 시선을 둔 채로 "부탁 말씀이 있어 글을 올린다"고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6일 오후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 재 추진 규탄 결의안 등 중요한 법안들이 상정된 가운데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6일 오후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 재 추진 규탄 결의안 등 중요한 법안들이 상정된 가운데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인사청탁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호의에서 한 일인데, 잘못된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A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 ⓒ새누리당 A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같은 당의 영남권 초선 A의원도 역시 문자 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A의원의 문자 내용 역시 "○○○ 박사가 사업단에서 자리를 잘 잡고 본인의 역량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도록 보살펴달라"는 청탁이었다.

    특히 A의원은 이완구 전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표단의 일원이었다. 원내부대표직을 내려놓자마자 후임 원내대표단의 긴박한 움직임은 나몰라라 한 채 청탁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다. 


     

  • ⓒ새누리당 B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 ⓒ새누리당 B의원이 6일 오후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 인사청탁 문자를 보내고 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같은 당 B의원의 행태였다.

    최고위원단의 일원인 B의원은 근처 자리에 앉은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막판 조율 관계로 분주한 동안에도, 자신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인 양 인사 청탁에 여념이 없었다.

    B의원은 연신 "오케이"라는 말과 함께 웃는 이모티콘을 입력해 넣으며, 화기애애한 청탁을 이어갔다. "이력서 한 장 보내놨다" "고문(顧問)으로 6월부터 월 300 맞느냐"며 연신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청탁 과정을 볼 때, 더디게 진행되다 좌초 위기에까지 내몰린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은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한 위화감마저 느껴졌다.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안 막판 조율 관계로 본회의장이 긴장감에 휩싸인 것은 이들 국회의원들에게 국사의 무거움을 새삼 체감하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청탁을 가려주는 그늘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K~Y 수첩 사건 이후로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카메라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날 최고위원단의 일원인 B의원, 전직 원내부대표 A의원에 강기윤 의원은 아예 책상 위에 이력서까지 펼쳐놓고 당당하게 청탁을 진행한 것은 되레 원내의 긴박한 움직임 덕분이었다.



     

  • ⓒ 6일 오후 여야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 ⓒ 6일 오후 여야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조율을 위해 긴박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본회의장 내에서는 여야 양당의 원내지도부가 만나 공무원연금 최종 담판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등 시종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특히 김무성 대표의 좌석 근처에는 유승민 원내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야 양당의 원내지도부가 모여 팔을 크게 휘저으며 설전을 벌이는 등 긴박한 즉석 협상이 지속됐다. 자연히 언론의 관심은 그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플래시가 쉼없이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우윤근 원내대표·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향해 터지는 사이, 본회의장 다른 편의 음지에서는 인사 청탁이라는 국사와는 전혀 무관한 행위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던 셈이다.

    자칫 미래 세대에 천문학적 부담을 떠안길 수 있는 연금 개혁 논의는, 이들에게 본회의장내 청탁 행각을 가려주는 그늘을 제공해주는 일에 불과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