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DJ 묘역 참배… 권노갑 등 동교동계와 만남 시기에 촉각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6일 서울 동교동 DJ 사저를 예방하고 나오는 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6일 서울 동교동 DJ 사저를 예방하고 나오는 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는 등 '뉴DJ'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6일 오후 4시 무렵 서울 동교동 사저를 방문해 이희호 여사와 3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

    천 의원은 이날 예방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분은 내겐 부모와 같은 존재"라며 "우리 세력이나 당 사람들에게 설립자와 같은 분이기 때문에 여사님께 인사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예방을 마치고 나서는 자리에서도 "호남 신당, 호남 자민련을 만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신당을 만든다면 개혁적인 전국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스케일을 한껏 키웠다.

    나아가 "지금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으로는 정권을 가져오기 어렵다고 본다"며 "야권의 쇄신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재편을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희호 여사가 천정배 의원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희호 여사는 전날 있었던 DJ 묘역 참배에서 전병헌 최고위원에게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니 힘을 내서, 잘 수습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참배를 마치고 묘역을 나서면서 재보선 결과에 대한 감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천정배 의원은 7일 오전 서울 수유동 4·19 묘역과 동작동 국립현충원 DJ 묘역을 연속 참배한 뒤, 오후에는 안산으로 내려가 세월호 사고 합동분향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마치 대선 후보와 같은 거침 없는 행보라는 평이다.

    때맞춰 동교동계 핵심 인사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5일 저녁 늦게 베이징으로부터 귀국했다. 권노갑 고문은 김옥두·이훈평·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원로들과 조만간 회합을 갖고, 최근 제기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지도부 총사퇴론 등 현안과 관련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양측은 동교동계 인사들의 DJ 묘역 참배가 매주 화요일 거행된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 5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권노갑 고문이 해외 체류 관계로 불참하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천정배 의원 측도 방문 일정을 재조정함에 따라 이른 만남은 불발된 바 있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 측 관계자가 "야권 재편의 축이 되려 하는 만큼 동교동계와 폭넓게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박양수 전 의원도 이에 호응해 "천정배 의원이 DJ 묘역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자연스레 만남을 갖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다"고 화답하는 등 공개적인 상호 구애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의 '데탕트'가 조기에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면, 천정배 의원과 권노갑 고문 사이의 '구원(舊怨)'이다.

    천정배 의원은 과거 2002년 이른바 '정풍 운동'에 가담해 권노갑 고문의 축출을 주도한 바 있다. 이 때의 일을 잊지 않고 있는 권노갑 고문은 정동영 전 장관과 천정배 의원이 4·29 재보궐선거 출사표를 던지자, 친노(親盧)와의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4·29 재보선 적극 협력"을 주창했었다.

    권노갑 고문이 새정치연합내 친노 지도부보다 자신을 몰아낸 정풍 운동의 주역이었던 천정배·신기남·추미애 의원과 정동영 전 장관을 아직까지는 더욱 불편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천정배 의원이 동교동계와 손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는 정풍 운동에 가담했던 자신의 과거사에 대한 청산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노갑 고문은 이와 관련, 지난달 8일 "정풍 운동은 정동영 전 의원이 이미 몇 번이나 잘못했다고 한 일인데, 마치 잘한 일처럼 들추면 어떻게 하느냐"고 규정했다. 김옥두 전 의원도 "정풍 운동은 당을 분열시켰던 일"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천정배 의원이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핵심 인사와 조만간 접촉하게 된다면, 과거 '정풍 운동'에 대해 이 정도 수준으로 인식을 함께 하는 유감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천정배 의원은 최근 광주광역시의 유명 떡집에서 선물용 떡을 수백 상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몇몇 정치인들에게는) 일정만 맞다면 떡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해, 떡을 전달하면서 양측의 접점을 모색하는 만남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