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발의…정보기관들, 법원 승인 없이 테러용의자 감시·감청 가능해져
  • ▲ 2012년 4월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하는 프랑스 특수부대 요원들. ⓒ옵티스링크페스트 블로그 캡쳐
    ▲ 2012년 4월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하는 프랑스 특수부대 요원들. ⓒ옵티스링크페스트 블로그 캡쳐

    외국인과 다른 문화에 대한 ‘똘레랑스(Tolérance)’를 강조했던 프랑스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하원은 테러 예방을 위해 정보기관과 수사당국의 감시 기능 및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5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찬성 438표, 반대 86표로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은 프랑스 정부가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에 마련한 것이다.

    새로운 법안은 정보기관과 수사 당국이 법원의 승인이 없어도 테러용의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테러 예방을 위해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이 있으면 전화 감청은 물론 이메일, SMS(단문메시지), 각종 메신저 상의 대화도 모두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를 위해 법안은 인터넷 및 통신 서비스 제공회사들에게 정보기관과 수사당국이 요청하면 테러 용의자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명시했다.

  • ▲ 이번 대테러 법안 추진으로 프랑스 정보기관 '대외정보총국(DGSE)'의 권한과 역할이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DGSE 청사. DGSE 홈페이지 캡쳐
    ▲ 이번 대테러 법안 추진으로 프랑스 정보기관 '대외정보총국(DGSE)'의 권한과 역할이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DGSE 청사. DGSE 홈페이지 캡쳐

    프랑스 정보기관 가운데 ‘대외정보총국(DGSE)’는 이미 200여 명의 감청요원과 15곳의 감청기지, 첩보위성, 감청 장비 등을 통해 전 세계를 감청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법률적 근거가 미흡해 이들의 공식적인 활동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면, DGSE는 테러조직의 각종 통신을 엿볼 수 있는 첨단시설과 장비를 새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며, 프랑스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테러조직들에 대한 감시망도 보다 철저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정보기관이 실시간으로 테러 용의자들끼리 주고받는 대화나 메일을 보거나 통화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테러리스트와 테러조직에 대한 처벌도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테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사건 기록은 40년(미성년자는 30년) 동안 보존해야 하며, 사면을 받더라도 테러범죄 기록은 그대로 남기도록 했다.

    이 법안은 오는 5월 말, 프랑스 상원에서 표결에 붙여진 뒤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와 의회가 이 같은 ‘대테러 법안’의 시행을 일사천리로 추진하자, 프랑스 내의 좌파 진영과 소위 ‘인권단체’들은 “대테러 법안이 아니라 ‘빅 브라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