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더 받기 위해 연금 보험료 2배 더 내라? 허리띠 졸라매는 국민 뼈 아픈 희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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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야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조선닷컴
    ▲ 여야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조선닷컴

     


    우리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금(年金) 문제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이 당초 정부가 내놓은 안보다 크게 후퇴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뜬금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 단초(端初)였다.

    명분은 공적연금 강화였다.
    하지만 과정은 일방적이다.

    최근 여야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해 40%까지 낮춰 놓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다시 50%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도 없이 국민연금을 더 지급하겠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의 최대 치적(治績)으로 꼽히는 국민연금 개혁으로 2047년으로 예정됐던 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으로 13년 연장됐었다. 하지만 이번 여야 합의로 인해 기금 고갈 시점은 2056년으로 기존보다 4년 앞당겨지고 말았다. 
     
    2007년 열린우리당(現 새정치민주연합)과 한나라당(現 새누리당)도 60%인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낮추고 매년 0.5%p씩 낮춰 2028년 40%에 도달하는 방안에 찬성했었다.

    그러나 과거는 잊은지 오래다.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제20대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두고 여야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또 다시 개혁안을 수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Populism)이 아닐 수 없다. 

     

    연금을 더 주겠다? 가당찮은 소리다.

    이번 개혁안이 확정되면 향후 2083년까지 68년간 국민연금에 1,669조원의 혈세(血稅)가 더 들어가게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만들어 놓고, 대책도 없이 국민연금을 더 주겠다는 국회다. 표에 눈이 멀어버린 정치권이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국민연금 개악을 만든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연금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여야 합의안대로 시행되면 앞으로 70년간 1,980조원이었던 정부의 공무원연금 재정 지원 부담은 330조원가량 줄어든다. 나머지 1,650조원은 매년 평균 23조원씩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낸 보험료에 비해 받는 연금 또한 공무원들에 비해 뒤쳐진다.

    앞으로 생애 평균 급여가 월 300만원인 공무원은 30년 동안 매월 27만원씩 내고 나중에 연금을 월 153만원(현재 171만원) 받게 된다. 반면 국민연금 지급률을 40%에서 50%로 올리면, 월 급여 300만원인 국민은 매월 27만원씩 보험료를 30년 간 내고 112만5,000원씩 연금을 받게 된다.

    똑같이 월급 300만원을 받고 똑같이 27만원씩 보험료를 내지만 국민들이 받게 되는 연금은 공무원들의 73.5% 수준에 불과하다.

     

  •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뉴데일리 DB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뉴데일리 DB

     

    결과적으로 연금개혁 자체가 뒤틀려 버렸다.

    정치권이 표심(票心)을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을 발표하면서 국민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게 수밖에 없게 됐다.

    돈은 땅에서 솟는 것이 아니다.

    연금을 더 받으려면 당연히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험료 인상 없이 연금을 늘린다? 한 마리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8%로 올려야 한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 수준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20% 더 받기 위해 보험료를 2배 가까이 더 내야 한다니 바가지가 따로 없다.

     

    '조삼모사(朝三暮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원숭이쯤으로 여기는 제왕적 국회다. 국민 저항을 부를 수 있는 핵폭탄급 후폭풍을 뒤로 숨기고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현혹해 보려 하지만,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의 포퓰리즘에 속지 않는다.   

    국민적 동의도 없이 덜컥 야당과 합의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뒤늦게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일파만파 확산되는 반발 여론을 감지한 동료 의원들이 합의안 철회를 요구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심지어 4.29 재·보궐선거 압승 직후 당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를 업어주며 그에게 '선거의 남왕(男王)'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던 김태호 최고위원마저 "나라를 망치는 연금개혁에 합의를 했다"며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보험료율을 OECD 평균 수준인 10% 이상으로 단계적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지금은 효율적 연금 인상을 통해 어떻게 기금 고갈을 막아야 할지 치열하게 논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린동 고시촌에서 청년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중 시위대가 김 대표를 둘러싸고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린동 고시촌에서 청년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중 시위대가 김 대표를 둘러싸고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금뱃지면 다인가?

    선거를 앞두고 보험료 인상 문제는 뒤로 숨긴 채 연금만 올려주겠다고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은 국민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할 짓이 아니다.

    2060년 연금이 고갈되면 이후 세대들은 월급의 4분의 1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당장 자신들의 금뱃지를 사수하기 위해 우리 후손들에게 짐을 떠넘기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한심스럽기만 하다.

    한국의 복지비용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세수(稅收)는 갈수록 줄어들어, 2033년에는 국채 발행으로도 빚을 감당 못하는 국가 파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령화 여파 등으로 세수는 갈수록 쪼그라들게 된다. 총수입의 약 60%를 차지하는 국세 수입은 2014년부터 2060년까지 연평균 4.0% 증가해 명목 GDP 증가율인 4.1%에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증세 또는 복지 감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뻔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그저 나만 잘 살고 보면 된다는 식이다. 지금 우리 국회는 국가 파산으로 허우적대는 남유럽의 족적을 따라가고 있다. 복지에 치중하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그리스의 비극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쯤에서 김무성 대표의 뇌구조가 궁금하다.

    333조원이라는 혹을 떼려다 1,669조원이라는 혹을 붙여 놓고 "역사적인 합의"라고 자화자찬을 늘어 놓은 김무성 대표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청와대와 각을 세워가며 정국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그의 심산(心算)이 화를 자초했다.

    전의(戰意)를 불태우듯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던 김무성 대표의 약속은 그야말로 거짓에 불과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반쪽 짜리 공무원연금 개혁도 모자라 국민연금까지 망쳐놓은 김무성 대표가 과연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