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최선의 수비는 선제공격’ Vs, 文 ‘범죄의 재구성과 언론 플레이’

  •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문무일 수사팀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4차례 조사를 마치고 5일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홍준표 의원의 재정과 일정을 담당했던 나모씨와 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이들을 상대로 2011년 6월 경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난 적이 있는 지와 선거자금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부사장은 홍준표 의원실에서 나 모씨가 배석한 가운데 1억원을 홍준표 당시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무일 수사팀이 참고인 소환을 언론에 공개한 것을 두고 수사에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도 ‘할 만큼 했다’고 전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녹취록과 메모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선수를 치자 수사팀이 공개 소환을 통해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의 1호 소환대상이 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문무일 수사팀 간의 날 선 공방은 나머지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녹취와 메모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처럼 증거능력이 없다면 정황과 일방적 주장만으로 기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올무론’으로 시작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선제공격은 ‘앙심리스트’에서 ‘패감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선 문무일 수사팀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10여 차례에 걸친 방문조사에 이어 4차례 조서작성을 마치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앙심리스트인가 양심리스트인가?

    성환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녹취록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작품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때문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진태 검찰총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가까운 사이라고 알고 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입장에서 보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움을 거절하며 내세웠던 ‘검찰을 떠난 지 오래돼서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그에게는 비수로 꽂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에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찾아가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게 1억원 전달 사실을 확인한 점은 그 역시 배달사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승모 전 경남기업 사장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잘 아는 사이로 밝히고 있다. 1억원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당시 경남기업 사외이사)을 동아일보 기자로 묘사하고 있다. 공천을 바라고 준 돈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잘 아는 사이라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직접 돈을 전달했을 것이란 얘기다. 돈을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면 공천을 바라고 준 돈이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녹취 파일 음성 분석을 통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에 대해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TV조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특신상태(特信狀態)가 아니란 점을 거론하며 증거능력이 없는 ‘앙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일관된 진술과 구체적 전달상황을 확보한 만큼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패감일까 패착일까?

    이에 대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더 이상 패감이 되진 않을 것’이란 말로 수사팀을 공격하고 있다. 바둑에서 패감은 승리를 위해 버려지는 희생양이다. 

    그가 주장하는 패감이란 ‘검찰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의 플리바게닝을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유도해 성완종 리스트의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 가능성’이다. 없는 일로 돌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니 이완구 총리 사퇴와 홍준표 기소로 일단락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염려한다는 것이다.   

    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해 10여 차례 방문조사한 점, 4차례 이상 조서를 작성한 점과 수사상황을 언론에 흘린 점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증인이 일관되게 진술했다면 반나절이면 끝날 일”이라며 “수사팀이 증인을 한 달 이상 관리 통제하면서 진술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해 “업무 부사장이 아니라 정무부사장이자 정치권 로비 창구”라며 “대선, 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수사팀의 플리바게닝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측근의 공개 소환과 강도 높은 조사에 대한 역공으로 풀이된다.

    바둑에서 패착이란 패배로 이어지는 결정적 한 수를 말한다. 문무일 수사팀이 입증해야 할 것은 돈이 전달됐다는 확실한 정황증거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패착이다.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측근인 나 모씨가 배석한 자리에서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수사팀이 둘 간의 대질신문을 통해 패착을 밝혀낼 것으로 예상된다. 

    진실을 향한 법정 다툼의 서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