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 대한 고마움과 동경 표한 답변도 많아 '눈길'
  • ▲ 육군의 부대개방 방문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 육군의 부대개방 방문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어린이들이 ‘군대’에 대한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답변을 쏟아내 국방부를 놀라게 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육상에서의 안전’을 이유로 ‘육군’을 가장 선호했으며, ‘전쟁’에 대해 두려움을 보이는 학생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후암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4~6학년생 250여명을 대상으로 ‘군 이미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시된 설문조사에 대해 국방부는 “미래 국군의 주역이 될 초등학생이 바라보는 군의 모습이 어떤지 알아보고 어린이들의 편견 없는 솔직한 답변을 통해 병영혁신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 기획됐다”며 “질문형식 역시 주관식으로 정해, 편견이나 기준점 없이 직관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들에게 배부된 설문지의 주요 질문은 ▲군대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좋아하는 군은? ▲군인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군인이 되고 싶은가? ▲군인이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등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군대’하면 생각나는 단어로 ‘전쟁’이 1위(10%)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훈련’과 ‘군인’ 순으로 나타났다. ‘무섭다’, ‘고통’, ‘싸움’ 등 부정적인 이미지의 답변도 적지않은 비중을 나타냈다.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으로는 ‘필요하다’가 82%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그 이유로 학생들의 대다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적과 싸워야 하기 때문’ 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6.3%로 나타났으며 이 중 여학생(2.4%)보다 남학생(10.8%)의 경우가 군에 대해 더 부정적이었다. 군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로 학생들 대다수가 ‘전쟁이 나면 목숨을 잃기 때문에’라고 답변해 군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계급 높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해서’, ‘전 세계에 군대가 없다면 평화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들도 있었다.

  • ▲ 방과 후 운동장을 달리고 있는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 방과 후 운동장을 달리고 있는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어느 군이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서는 35.7%로 육군이 1위를 차지했다. 그 이유를 보면 초등학생다운 순진함이 엿보인다. 학생들은 ‘해군은 바다에 빠져 죽을 수 있고 공군은 비행기 타다 추락할 수 있어서’, ‘육지에서 싸우면 더 안전하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2위는 30%에 가까운 점유율로 ‘공군’이었으며, ‘멋지다’, ‘전투기를 조종하고 싶다’ 등의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영공을 지키는게 먼저다’라고 ‘전략적’인 답변을 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바람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시적인 면모를 보인 학생도 있었다.

    육군과 공군에 이은 3위는 ‘해병대’가 차지했다. ‘힘이 세고 정신도 강해서’,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싸우기 때문에’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특히 여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해군은 ‘넓은 바다에서 용감하게 배를 타고 싸워서’, ‘바다에서 일하는 것이 멋지다’ 등 낭만적인 이유가 대다수를 차지하며 4위를 차지했다,

    설문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은 ‘군인’하면 가장 먼저 ‘총’을 떠올렸다. 군대와 군인을 동일시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군대라는 조직보다는 군인에 대해 애정 어린 답변이 이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TV프로그램을 비롯해, 아빠, 체육선생님 등 주변인물을 통해 군대를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우리 어린이들에게 군인은 남이 아니라 아빠, 삼촌이기 때문에 군인에 대한 고마움과 동경을 표하는 답변도 상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군인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아직 되고 싶지 않다’가 43.3%로 가장 많았다. 그 이유로는 ‘죽는 것이 무섭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아울러 ‘전쟁하다 죽으면 가족이 속상해 한다’라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학생과 ‘우리나라 과학기술발전에 힘쓰고 싶다’,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어른스럽게 답한 학생도 있었다.

    이 밖에도 ‘구속이 심하고 눈치를 봐야 한다’, ‘남의 땅을 침략할 수 없기 때문에’ 등 전쟁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어차피 전쟁 안나는데 훈련받을 필요 없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반면, ‘군인이 되고 싶다’는 답변은 24.4%였고 ‘모르겠다’는 답변은 32.3%를 나타냈다.

    여학생들은 군대에 대해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제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한 비율은 10.5%에 불과해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아직까지 군대가 남성위주의 조직이고 군인은 물리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설문조사와 관련, “처음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생드에게 군대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재밌겠다는 의도로 기획을 했다”면서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예상했던 것 보다 성숙하고 진지한 고민들이 엿보여, 어리게만 봤던 초등학생들에게 놀라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