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통진당 대표 딸 수진씨, 정권 퇴진 기습시위..체포 뒤 풀려나
  •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딸, 유수진씨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앞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풀려났다. ⓒ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딸, 유수진씨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앞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풀려났다. ⓒ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4월28일 오전 10시.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앞. 30여명 정도 되는 한 무리의 20~30대 청년들이 날선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면서 어른 손바닥크기 만한 종이전단 2만장을 길가에 뿌리기 시작했다.

    집회와 시위가 전면 금지된 총리 공관 앞에서 벌어진 기습시위에 주변을 지키던 경찰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전단 살포를 계속했다. 이들이 뿌린 전단지에는 ‘박근혜 정부 타도’, ‘파산정권 퇴진’ 등의 선동적 문구가 인쇄돼 있었다.

    시위대는 구호와 전단 살포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로의 행진을 강행했다. 경찰은 네 차례나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했다.

  •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딸, 유수진씨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앞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풀려났다. 유수진씨 등 시위대가 총리공관 출입문에 붙인 반정부 전단지. ⓒ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딸, 유수진씨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앞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풀려났다. 유수진씨 등 시위대가 총리공관 출입문에 붙인 반정부 전단지. ⓒ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결국 경찰은 이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면서, 남성 6명과 여성 5명 등 모두 11명을 현행범으로 검거했으며, 이들 가운데 5명은 마포경찰서로 신병이 인도됐다.

    마포서로 옮겨진 5명 중에는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딸이자,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운동을 벌이고 있는 유수진씨(25, 서울대 사회학)도 있었다.

    이날 총리공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권 퇴진시위를 벌인 이들은 지난해 세월호 촛불시위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청년좌파’라는 급진운동권 단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시민 대표의 딸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유수진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년좌파’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수진씨는 경찰서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그때마다 묵비권을 행사했다. 함께 검거된 청년좌파 소속 회원들도 대부분 같은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 총리 공관 앞에서 도발적인 정권퇴진 시위를 벌이면서, 언론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시위를 벌인 시점과 장소를 고려할 때, 사전에 계획된 행동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사실은 유수진씨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한 마디로 말하면, 민주주의, 사회 공공성, 노동자의 권리, 그리고 국민주권과 모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조차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부가 이렇게 하는 것을 계속 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유수진 씨, 유시민 전 통진당 대표 장녀, MBN과의 인터뷰 중 일부


    경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던 유씨는 검거 다음날은 29일 오전 11시쯤 풀려났다. 유수진씨가 경찰서 유치장에 머무른 시간은 반나절 정도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어 구속영장을 신청할만한 사안이 안 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유수진씨에 대한 경찰의 공식적인 신병처리 형태는 ‘불구속 입건’이다. 그러나 경찰이 유씨를 추가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유시민 전 통진당 대표는 딸인 수진씨가 입감된 28일 저녁 9시 40분쯤 마포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딸의 불구속 입건 여부 등을 확인하고, 수건과 옷가지 등 생필품을 전달한 뒤 돌아갔다.

    경찰서 유치장 입감자와의 면회시간이 저녁 9시까지로 정해져있어, 유시민 전 대표와 딸의 ‘어색한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유수진씨가 기습시위로 검거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부친인 유시민 전 대표와 딸의 닮은 듯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 2013년 12월15일 서울시청 다목적룸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 참석한 유시민 전 통진당 대표.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13년 12월15일 서울시청 다목적룸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 참석한 유시민 전 통진당 대표.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980년대 대학 운동권의 중심을 이뤘던 유시민 전 대표는,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 겸 복학생협의회 간부 등의 자격으로, 당시 정권 반대 시위에 앞장섰다.

    유시민 전 대표 역시 다른 386운동권들과 마찬가지로 수감생활을 한 전과를 갖고 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적용법조다.

    대부분의 386 운동권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유시민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유시민 전 대표는 1985년 일어난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주동자로 구속기소 돼, 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유시민 전 대표는 민간인 4명을 정보기관 요원으로 단정 짓고, 이들을 감금·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유시민 전 대표가 전국구 운동권 반열에 오른 것도 이 사건 때문이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 선고받은 유시민 전 대표는 항소심 재판부에 항소이유서를 냈고, 이를 통해 전국의 재야인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 항소이유서는 그의 저서인 <아침으로 가는 길>에도 실렸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유시민 전 대표를 유명인으로 만들어줬지만, 그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았다.

    2003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당한 고문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들은 유시민 전 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부도덕한 사람이 장관이 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특히 이 사건 피해자들은 당시 고문으로 정신이상을 겪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면서,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학생들에게서 물고문과 각목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유시민 전 대표는 이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의 정보원이라는 혐의를 받은 네 명의 가짜학생을 다수의 서울대 학생들이 연행·조사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혹은 심각한 정도의 폭행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어느 정도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원인이 ‘가짜학생들’에게 있고, 이들에게 수사기관 정보원 혐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위법사실을 은폐 혹은 정당화한 것이다.

    아버지가 총학생회 간부라는 위치를 이용해 제3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위법을 저지른 사실과 비교할 때, 유수진씨의 기습시위는 경범죄에 가깝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위법을 행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유시민 대표가 범행 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듯이, 유수진씨 역시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학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운동권’에 관여한 사실도 이들 부녀의 공통점이다.
    유시민 전 대표는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유수진씨는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겸 서울대 단과대학 연석회의 의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 유시민 전 통진당 대표의 딸 수진씨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 블로그 화면 캡처
    ▲ 유시민 전 통진당 대표의 딸 수진씨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 블로그 화면 캡처

    유시민 전 대표가 시국시위에 앞장섰다면, 유수진씨는 한발 더 나아가 이른바 급진정당 활동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때 진보신당에 적을 두었던 유수진씨는 이곳을 나와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할 때, 아버지보다 더 급진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앞서 유수진씨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아버지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점을 밝히면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