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사회를 경직·무력하게 만들어..본래 취지대로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해야
  •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시작된 김영란 법이 여전히 논란이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법의 내용이 워낙 문제가 많다보니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실을 무시한 터무니없는 입법폭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2016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까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받으면 형사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다. 공직자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부정과 비리를 막고자 했던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민간인 사찰의 성격을 갖는 법으로 변질되었다.

    특히 직무를 담당하지 않는 배우자도 처벌대상이며, 고의가 없어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 37조 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 법은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국무회의를 거친 정부안과 별도로 김영주, 이상민, 그리고 김기식 의원 안이 제출되면서 정부안과 같이 국회의 심의를 받았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으로 심의절차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정치 혼란기를 틈타 서둘러 안건을 통과시킨 결과가 지금의 김영란법이다. 처음 이 법안을 제의했던 김영란 본인도 이 법이 본래의 취지를 벗어났다고 비판할 정도로 법의 내용에 문제점이 많다.

     

    ◆ 정치이익집단의 떠넘기기 술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제약이 될 것을 걱정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자신들을 제외시키는 대신, 민간인을 포함시키는 정치적 떠넘기기 행태를 보였다. 원안에는 없던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사 종사자들을 포함하면서 국민 다수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였다.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를 포함시킨 경위는 이렇다. 법안심사 소위에서 공기업인 KBS에 대한 적용을 논의하다가 일부 의원이 KBS를 넣는다면 MBC, SBS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모든 언론사까지 확대된 것이다. 졸속입법임을 드러낸 장면이다.

    법안의 제정과정도 문제지만 법안 자체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크다. 먼저, 새로운 입법의 필요성이다. 이미 형법이나 특가법으로 뇌물죄, 금품수수죄, 상법에서의 이익공여금지죄 등 현존하는 각종 법률이 있음에도 다시 이런 법률이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부정부패에 대한 좀 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면 기존의 법안을 개정하여도 충분한 상황에서 이런 논란의 법안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입법내용의 타당성도 문제다. 이 법안이 규정하는 포괄적 적용범위, 부정청탁, 금품수수 등은 조합되기 힘든 개념들이다. 이로 인하여 법률을 적용하기 모호한 구성요건 등 법안 자체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럴 경우 법률의 집행과정에서 배임죄처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 자체가 시행되기도 전에 이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서 위헌시비에 휘말린 것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포괄적인 법안으로 국민의 사적자치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공권력 강화현상도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사법(私法) 영역은 전적으로 공법(公法) 영역의 확대 혹은 축소에 의해 영향을 받아 왔다. 따라서 김영란법처럼 민간영역에까지 무리하게 적용대상을 확대한다면 필연적으로 공권력이 가지는 지배력은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공권력의 확대는 오히려 김영란법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부조리를 우리사회에 만연시키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 만능주의도 우려된다. 부정부패를 이중삼중의 법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정부의 비대화에 따른 권력남용과 과도한 규제는 늘 부정부패의 진정한 원인이다. 따라서 공권력 남용 및 부정부패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영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유책이다.

    또한 경제성장을 통해 더 많은 분야가 깨끗하고 투명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의 자의적 규제, 행정 가이드라인, 사전 규제 등 행정 간섭과 통제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적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앞으로 김영란법이 실행되면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다시 더 불필요한 법을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사회를 무력하게 하며 경직되게 만드는 이러한 악순환을 야기할 김영란법은 오히려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폐지할 수 없다면 본래 취지대로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권력에 의한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로 그 대상을 한정하여 개정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에 명시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이며, 경제적으로 시장경제 체제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이다.

    따라서 사법(私法)의 공법(公法)화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은 당연하다. 김영란법은 국민에게 보장되는 사적자치의 원칙을 희생시킬 우려가 있으며, 국가편의적이며 정부 지향적인 대표적 입법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회는 잘못 제정된 김영란법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 자본주의와 사적 자치를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입법활동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