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주적(主敵)은 새누리당 아닌 '야권 교체' 세력
  • 지난 2·8 전당대회로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체제'가 첫 시험대 앞에 섰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궐선거의 성패에 따라 "누가 이길 수 있겠느냐"고 외치고 나섰던 문재인 체제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진보 언론을 자칭하던 〈한겨레〉는 27일자 칼럼에서 "새로 구성된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역량을 펼쳐 보일 기회를 줘야 한다"며, 서울 관악을 정동영·광주 서구을 천정배 후보를 '집권 세력의 트로이 목마'라고 극언했다. 이에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는 28일 논평을 내고 "한겨레 칼럼은 특정 계파의 입장에서 바라본 특정 후보에 대한 저주"라며 "칼럼의 내용은 한겨레 스스로 새정치연합의 기관지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격렬히 반발했다.

    국민모임 창준위의 논평대로, 〈한겨레〉 칼럼은 출범한지 세 달도 안 된 문재인 체제가 이번 4·29 재·보궐선거를 바라보는 초조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등 네 곳에서 펼쳐지는 재·보궐선거 승패에 따라 '문재인 체제'가 받을 영향을 짚어본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영봉패… '○월 분당설' 성큼, 총사퇴는 안 할 듯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있어서 가장 최악의 경우는 네 곳 모두에서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는 '영봉패' 상황이다.

    특히 27년간 현 야권 후보가 지속적으로 당선됐던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의 패배는 문재인 대표에게 뼈아프게 다가올 전망이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 성향이었던 호남 유권자가 문 대표에게 냉정히 등돌렸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노무현정권 치하의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자신의 정무특보였던 서울 관악을의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에게 뒤처지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정권 교체'보다 '야권 교체'가 우선이라는 정동영 후보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당내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표의 공천이 그 어디서도 당선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선도 탈당·기획 탈당 등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월 분당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동영 후보가 주장한 '정계개편'이 현실화되면서 문재인 대표의 지도력 상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친노가 비노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집요하지만, 비노가 친노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뜨뜻미지근한 새정치연합 내의 전통적인 양상을 감안할 때, 지난해 7·30 재보선 직후 있었던 지도부 총사퇴로까지 이어질 공산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1승… 어디냐에 따라 정국에 미칠 여파 달라

    문재인 대표가 어디선가 1승을 거둔다면, 서울 관악을이나 광주 서구을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상대 정당인 새누리당의 성적도 중요해진다.

    문재인 대표가 광주 서구을 한 곳에서만 승리하고, 서울 관악을·인천 서강화을·경기 성남중원에서 모두 새누리당이 승리해 최종 스코어가 3대1이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에게 완패한 셈이 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오히려 그다지 손해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서구을에서 일단 천정배 후보를 제압해 호남의 동요를 막은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서울 관악을에서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되는 것이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문재인 대표에게 편한 상황이다. '야권 교체' 목소리가 진압되고 여야 양당의 과점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후년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로서는 자신의 노선보다 좌측에 새로운 유력 세력이 형성되는 것을 막으면서 스스로는 우클릭해서 중도 표를 잠식해 들어간다는 기존의 정치공학적 노선을 지켜갈 수 있게 된다. 3대1의 결과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당내에 책임론이 일부 있겠지만, 대체 야권을 진압한 이상 당을 깰만한 추동력으로 발전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반대로 서울 관악을을 가져오고 광주 서구을을 내줄 경우에는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이 변수가 된다.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정동영 후보의 득표력이 만만치 않을 경우, 천정배 후보의 당선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야권 세력의 형성은 현실화된다.

    이 경우 이번 4·29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있었듯이 새정치연합내 일부 비노 세력의 이탈이 총선 전에 있을 수 있다. 이미 수도권과 호남의 현역 기초단체장과 몇몇 광역·기초의원들이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탈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2승… 볼멘 소리 있겠지만, '큰 소리'는 안 날 듯

    문재인 대표가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 두 곳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새정치연합내에 이렇다할 분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를 '여야 무승부'로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표로서는 이번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과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보다도 '야권 교체'를 요구하며 나선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천정배 후보를 진압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진압'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된다. 당내 수도권 및 호남 의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2·8 전당대회의 최대 전리품인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당무를 계속해서 전횡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재인 체제 성립에 불만을 품던 당내 비노(非盧, 비노무현) 인사들도 당을 뛰쳐나가기 어렵게 된다.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강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공식선거운동 기간 돌입 직전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대형 호재(好材)가 터졌음에도 '2승'이라는 것은, 문재인 대표의 첫 성적표로서는 초라하다는 당내 일각의 볼멘 소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출범 세 달도 안 된 '문재인 체제'를 본격적으로 흔들기는 어렵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2곳에서는 승리해야 국민적 요구에 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스스로 승패의 기준을 2곳으로 맞췄던 이상, 이를 달성하게 되면 당내에서의 책임 추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