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 협조할테니 우병우 손 떼라? 盧 정권 '치부' 들춰낼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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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고심에 빠졌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4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개혁과제들은 동력을 상실했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세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노무현 정권 간의 은밀한 관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연일 물타기식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에 순순히 협조할 리는 만무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발목잡기 행태는 '공무원연금개혁'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은 5월 2일까지. 후세들을 위한 개혁의 시간이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2일 공무원연금개혁 문제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에 '2+2 회담' 개최를 제안했으나 야당 특위 간사는 단박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23일에는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개혁 촉구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문재인 대표의 결단과 답변을 요청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또 다시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 대화 의지는 실종된지 오래다.  
     
    펑크 난 공무원연금에 매일 80억원에 이르는 혈세(血稅) 보전액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재인 대표는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눈치보기에 여념 없다.

    이후 문재인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중 특검'을 제안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자원외교 특검은 기존의 상설특검법으로 하고,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특검은 별도의 특검법을 따로 만들어 추진하자는 얘기다.

    별도의 특검법을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3개월. '검토-발의-합의' 과정에 따라 별도의 특검법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이 기간 중 새정치민주연합은 마음 놓고 박근혜 정부를 향해 정치공세를 펼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내 입맛에 따라 특검을 하자'는 셈이다. 

    문재인 대표는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즉시 제안에 답변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성완종 전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뉴데일리 DB
    ▲ 성완종 전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뉴데일리 DB

     

    아울러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변했다.

    검사 출신인 우병우 수석은 2009년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 노무현 정권 비리의 핵심인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한 장본인이다.

    노무현 정권의 치부(恥部)를 꿰뚫고 있는 우병우 수석에게 손을 떼라고 요구한 것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빅딜'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우병우 수석이 개입할 경우, 노무현 정권과 성 전 회장 간의 2차 정치자금 의혹이 본격적으로 점회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완구 국무총리 등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일부 인사만을 국한해 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제안(提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 특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을 수용하느냐에 따라 협조 여부와 수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공무원연금개혁 등 주요 개혁과제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에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두고 복잡한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박 대통령이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새누리당 비박(非朴) 진영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표까지 엮어 넣을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됐는데, 이를 썩혀야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정치공세에 맞서기 위한 카드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여당으로선 크나 큰 손실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주요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경제법안과 개혁과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총파업 등을 비롯한 사회 혼란과 맞물려 정국은 '대정쟁(大政爭)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정치개혁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무엇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오전 귀국하는대로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국내 현안을 보고 받는다. 문재인 대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국회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